[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정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공공의대 설계비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통과가 ‘정당’이 아닌 ‘지역’에 갈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의 지역구가 전라북도인데, 제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前 지역구도 전북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은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지난달 23일 공공의대 설계비 증액분 2억3000만원(총 11억8500만원)을 의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북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안 의결이 무산되면서, 예결특위는 정부 원안을 토대로 보건복지위 소관 예산을 심사했다.
이 의원 지역구는 전북 남원시다. 정 의원은 현재 비례대표이지만, 제20대 국회에서는 전북 전주시을 지역구에서 당선돼 활동했었다. 더욱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진(西進)’을 강조하면서 야당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전라남도·전라북도 지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해당 지역에 ‘매칭’해 관리토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정운천 의원이 서남의대 폐교로 인한 전북지역 숙원사업인 공공의대 설립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단 같은 당이자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이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공공의대’ 보다는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하는 식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정운천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의대와 관련해서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을 고민 후 공공의대 문제가 아닌 서남의대 문제로 접근해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공공의대를 반대하지 않는 선에서 설득작업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의대 설계비 통과에 대해 의료계는 지난 9월 4일 있었던 의정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내고 “(의정) 합의에도 공공의대 설계 예산을 반영한 안(案)을 제시한 보건복지부와 예산이 이미 보건복지위에서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예결특별위에 상정해 통과시킨 국회 결정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이는 의료계와 여당, 정부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