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구·경북 지역에 창궐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오던 영남대학교병원이 진단검사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17세 사망자에 대해 다른 검사기관들과 상이한 결과를 내놓은 후폭풍이 심각한 모습이다. 영남대병원이 '양성' 판정을 내렸던 이 환자가 방역당국과 다른 대학병원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특히 이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첫 10대 사망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초긴장했던 만큼 영남대병원 진단검사의 신뢰성에 손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영남대병원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진단검사 중단 조치를 내렸다.
병원 측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지만 그동안의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영남대병원에서 '양성'으로 판정한 17세 소년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추가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영남대병원은 이 환자에게 총 7건의 검사를 실시했고, 이 중 1건을 ‘양성’ 소견으로 판단했다. 병원은 7번째 검사에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소변 및 가래 등을 검사했고, 여기서 '양성' 소견을 보여 질본에 판정을 의뢰했다.
중대본 유천권 진단분석관리단장은 “영남대병원 검사 원자료를 재판독한 결과 환자 검체가 없는 대조군 검체에서도 PCR 반응이 확인되는 등 실험실 오염 및 기술 오류 등의 가능성이 의심됐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영남대병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잘못됐다는 얘기고, 이에 따라 19일 오후 3시 30분께 병원이 수행하던 진담검사는 중단됐다.
문제는 영남대병원이 그동안 약 5140건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중대본이 해당 병원의 진단검사 기능을 중단시키면서 지금까지 시행했던 다른 검사들 역시 신뢰성을 의심받게 됐다.
영남대병원은 재점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호 병원장은 "담당 의료진이 7차례 검사를 시행했고, 마지막 소변검사에서 비전형적이나 양성 소견이 의심돼 질본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검사에 대한 신뢰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모르나 검사실 오염이나 기술 오류가 있었으면 다른 검사에도 문제가 있었을텐데 그렇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도관리와 재점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며 “그동안 많은 고생을 한 진검 과장과 검사팀에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앞서 김성호 병원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17세 사망자의 사인 변경에 대해 “질본이 재판정을 한다고 해서 사인을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이 아닌 포괄적인 개념인 ‘폐렴’으로 바꿨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진단검사의학회 "기존 검사 우려할 수준 아냐”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검사결과에 대해 우려할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유전자증폭검사(Real Time RT-PCR)는 소량의 검체를 2²⁰까지 카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특정 물질이 조금만 들어가더라도 양성과 음성이 바뀔 수 있다.
오염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여러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경우 바로 옆 검체가 양성이랄지, 양성 검체가 시약에 섞이는 경우다.
때문에 검사과정에서 반드시 음성 혹은 양성으로 나와야 하는 각각의 대조물질을 함께 돌리는데 영남대병원의 데이터에서도 음성대조물질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송상훈 총무이사는 “진단검사 오류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모든 검사결과는 모니터링 되고 있고, 질본에서도 체크하고 있는 만큼 기존 검사의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진단검사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진단검사 신뢰성을 놓고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