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폭증세가 전 세계를 공중보건 위기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pandemic) 상황까지 치달았다.
설령 코로나19가 잘 마무리 된다고 하더라도 초연결사회에서 전염성이 강한 신종바이러스 확산은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대한민국은 현재 마스크 대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 있고 방호복 물량도 충분치 않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작정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고용인력을 늘릴 수는 없기에 정부의 요청에도 공급량 증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상황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말 스스로 전면 국경 봉쇄를 선택했다.
하지만 북한 언론을 통해 전해오는 코로나19 관련 뉴스들과 의학적 자가 감시자가 1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예감케 한다.
코로나19는 비단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연결 시대의 현대사회에서 한 지역에서 감염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마스크와 보호구 등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전세계적 보건학적 위기를 남북한 생명의 끈 연결하는 기회로 전환"
세계가 직면한 현재의 보건학적 위기를 오히려 남북한 생명의 끈을 연결하는 기회가 되게 하고, 인류가 당면한 감염병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남북은 조건 없이 당면한 코로나19의 공동 관리를 위해 만나야 한다. 아직도 정부 당국이 나서기 어렵다면 보건의료 전문가 만남이 우선될 수 있다. 남북만의 만남이 우려된다면 WHO 등 국제기구를 포괄한 동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대응 공동회의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갈등 관계를 잠시 유보하기를 제안한다.
시혜적 지원을 넘어 호혜적 기여와 참여를 통한 공동 자원개발, 그리고 그 성과의 공유에 기반한 위기 극복의 상생모델로 ‘개성공단’을 활용하자.
이 공간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긴급대응 및 남북한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 화해의 상징에서 지금은 갈등의 상처로 변모된 개성공단을, 남북을 넘어 전인류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전초기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셋째, 우리 기술과 북한 노동력, 그리고 필요하면 글로벌 자본이 결합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감염병 대응 자원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전 세계로 공유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는 이미 한 달에 1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가 있고, 면 마스크와 위생방호복을 제조할 수 있는 봉제업체도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3만5000여 명에 달하는 숙련된 노동력이 있다. 마스크 생산 논의부터 시작하자. 필터 원자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를 아우르는 전(全) 단계를 포괄토록 해 공급체인 문제로 인한 생산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생 필터만 교환하는 재활용 면마스크 등 적정의료에 맞는 창의적 방법을 고려하되, 동시에 KF80, KF94 등 질 좋은 제품의 생산라인을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해야 한다.
마스크로 시작된 협력 논의를 고글, 안면보호구, 장갑, 보호복 등 감염병 위기대응 물자 패키지 생산을 향한 논의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개성공단을 활용한 위기대응 물자 생산구조는 일차적으로 WHO가 코로나19 종식을 선포할 시점까지만 유효하다.
그 이후에는 개성공단 모델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남북 간 긴장해소와 협력관계 증진, 추가적인 감염병 공동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효용성을 고려해 모델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불과 22만㎡의 좁은 한반도에서 바이러스는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 전염성 질환 공동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독일과 같은 재난공동대응협정과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또 개성공단 모델의 세계화도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공중보건 위기대응체계나 보건의료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라 하더라도 일방적 시혜의 대상이 아닌 그들의 역량에 기초한 호혜적 참여와 기여가 가능케 해야 한다.
갈등이 첨예한 지역이 인류 상생의 전초기지가 되는 역설의 모델로 새로운 국제협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미생물로 충만한 하나의 호수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Harlem Brundtland,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세상은 하나다! One Health, On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