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뺏긴 상춘(賞春) 되찾으려면···
박민식기자
2020.04.06 12: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수첩] 금년 1월 말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2개월이 넘었다. 쌀쌀하던 바람도 따뜻해지고 곳곳에 핀 꽃들이 봄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봄의 화신 개나리를 비롯해 진달래, 벗꽃까지 흐드러진 모습이 곁에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느낌이다.

그 사이 우리는 대구·경북에서 환자가 급증하던 위기 순간을 예상보다 빨리 진압해 왔다. 과감한 검사와 의료진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더해 주목받았던 게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이동 금지, 외출 제한 등의 강제적인 조치를 취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랐다.

출퇴근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인파로 북적이던 식당, 술집도 한산했다.

이는 외출 제한 조치 시행 전날까지도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와 파티를 즐기던 일부 국가 국민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무증상 또는 경증단계에서도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시민들의 대응은 박수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최근에는 시민들의 경각심도 같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확진자가 수 백명씩 증가하던 시기에 비해 증가 추이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원 및 해외유입 사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에 비하면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강남, 홍대 등은 저녁이 되면 코로나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붐비고 일부 시민들은 SNS에 꽃놀이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이 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쳐두었던 철통같은 방역의 둑에 조금씩 균열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시민들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감염병 최전선인 병원들 문(門)도 두드리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은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의료진 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다.

이에 병원들은 국내 코로나 발병 초기부터 원내 감염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의정부성모병원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 등 내로라하는 병원들의 문턱까지 기어코 넘어 들어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환자 보호자를 1명으로 제한하는 병원 측의 출입제한 조치에 반발해 방문객이 언성을 높이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본인 한명쯤 병원에 들어간다고 달라질 것 없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하지만 잠깐의 방심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우리는 불과 한 달여 전 대구에서 있었던 사례에서 목격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전국민이 감내하고 절제하며 이 난국을 극복하고자 했던 지난한 과정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축배를 들고 꽃놀이에 나서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껏 잘 싸워왔듯 최후의 순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코로나19에 빼앗긴 봄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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