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대한민국 의사들이 모두 고소득자라면 왜 의사는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야 할까
.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소득이 수 백억원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
현대 경제학에서는 확대 재생산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자원에 지불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라 할 수 부분을 ‘경제적 지대’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명 연예인이 받는 거액의 개런티나 스포츠 스타들의 천문학적 연봉은 그 사람만의 특유한 재능이 그의 노동공급을 비탄력적으로 만들어 형성되는 경제적 지대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 소득 역시 경제적 지대로 보는 게 합당하다.
의사 소득 수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정부와 친정부 성향의 일부 언론 영향이 크다.
대체적으로 정부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고수할 때 ‘의사의 높은 수익’에 대한 주장들로 여론몰이를 했다. 더불어 일부 언론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반(反)의사 여론을 발판삼아 정책을 추진해 나갔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돈 밝히면 안되는 금욕주의적 직업윤리 고착"
유독 의사들에게 높은 윤리적 잣대를 들이미는 우리나라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돈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금욕주의적 직업윤리의 뿌리가 상당히 깊다.
사람들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가 돈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이며, 고소득 집단으로 인식되는 의사가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일부에선 소위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라는 식의 이기적인 기득권 집단으로 의사들을 몰아세웠고, 어느 순간부터 의사들은 고소득자이면서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국가재정과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돈만 아는 이기적인 전문가 집단이 됐다.
평생 투입된 시간과 총 소득을 고려했을 때, 고소득이라 여겨지는 의사들이 7급 공무원(16호봉 기준)보다 더 낮은 시간당 소득을 얻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개원한 의사가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수식에 충분한 보수를 받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의사와 7급 공무원의 교육기간 및 근무시간 대비 투입된 비용(교육과정 등록금 및 초기 개원비용)을 제한 연봉과 연금을 합친 평생 총소득 개념을 적용해 평생 동안 투입된 시간당 소득을 계산했다.
남자를 기준으로 의사는 13년의 교육시간 및 3년의 군복무 기간을 거쳐 35세부터 65세까지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교육에 투입된 3만6740시간과 의사로서 근무하는 7만3590시간을 합해 평생 투입된 총 시간은 11만330시간이다.
7급 공무원은 대학교육과 7급 공무원 시험 준비기간을 포함해 6년의 교육시간과 2년의 군복무 이후 28세부터 60세까지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교육에 투입된 6464시간과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7만401시간을 합해 평생 투입된 총 시간은 7만6865시간이다.
의사는 의과대학 6년 동안 총 5760만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의료기관 개원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은 평균 4억8029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7급 공무원은 4년 간 대학교육 과정을 거친다는 가정 하에 4년 동안 총 2680만원의 비용이 지출된다.
의사 근로소득은 수련기간 동안의 소득과 개원 후의 근로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수련기간 동안의 소득은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등 세금을 제외한 1억7500만원이며, 개원한 의사의 연평균 소득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 조사된 세전 1억6500만원을 적용해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등 세금을 제외한 근속기간을 29년으로 가정한 소득은 30억4500만원으로 총 근로소득은 32억2000만원이다.
우리나라 남자 기대수명은 2017년 82.7세로 의사의 국민연금 수령 기간은 66~82.7세로 17.7년간 수령한다고 할 때, 총 연금수령액은 5억9710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 근로소득 및 국민연금 수령액을 합한 평생주기 총 소득은 38억1710만원이 된다.
7급 공무원(16호봉)의 근로소득은 기본급, 각종 수당·성과급, 식대 및 복지포인트 등 등을 더해 추산해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등 세금을 제외한 근속기간을 31년으로 가정한 7급 공무원의 총 근무소득은 16억5788만원 가량이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기대수명 82.7세를 적용했을 때 61~82.7세로 22.7년 간 수령하는 총 연금수령액은 6억5920만원이다.
7급 공무원의 근로소득 및 공무원연금 수령액을 합한 평생주기 총 소득은 23억1708만원이 된다.
"급 공무원이 의사보다 시간당 72원 소득 더 올려"
의사와 7급 공무원의 평생 투입된 시간당 소득을 계산한 결과, 의사의 시간당 소득은 2만9724원이며 7급 공무원은 2만9796원으로, 7급 공무원이 의사보다 시간당 72원의 소득을 더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소요되는 교육기간 동안 지출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교육에 투입되는 시간에 비례해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기간 동안에 지출되는 필수 교재비, 식비, 교통비, 의사국시 응시료, 학자금 대출이자 등 의대 교육과정에 수반되는 간접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의사의 시간당 소득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7급 공무원이 근속연수가 증가할수록 호봉이 높아져 소득 증가분까지 고려한다면 공무원의 시간당 소득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직업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7급 공무원(16호봉)이 의사보다 비교우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단편적인 한 시점에서 소득을 비교할 경우에 반영되지 않는 의사가 되기까지의 최소한의 투입된 교육시간과 비용을 보정한 것이고, 더불어 퇴직 이후 국민연금 또는 공무원연금 등 수령까지 고려한 것이다.
의사직군은 흔히 고소득 전문직을 대표하는 직업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은 20대의 청춘을 쏟아 부으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더욱이 수련과정에서는 인턴이 주당 평균 113시간 근무, 레지던트는 98시간을 근무하며 의사의 과로가 빈번해졌고, 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어 일명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의료환경에서 의사 직업 만족도는 의료서비스 품질 및 환자 만족도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직업 만족도가 높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가 직업 만족도가 낮은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보다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적정수가, 의사 직업만족도 제고뿐만 아니라 환자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 받을 권리 보장"
적정수가는 단순히 의사 직업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니라, 환자가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의사들은 존귀한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직업으로 인한 보람은 최고 수준이지만 그에 준해 한 순간의 실수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다른 직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또한 주 52시간 시대라 하지만 의사들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의사가 많은 근로시간을 투자해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의료기관이 유지되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벗어나, 적정 수의 환자에게 보다 많은 진료시간을 할애하고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필수조건이 적정 수가 보장이다.
저명한 학자 파슨스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자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일하며, 그럼으로써 사회 안정과 질서를 보증하고 있으며, 이것을 위하여 의사들에게 관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경멸과 조소의 뜻이 담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적정수가를 외치는 것은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