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주홍글씨 공포감' 팽배 병원계
한해진기자
2020.03.12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수첩]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주춤해지면서 향후 약 2주가 방역의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첫 확진자(31번 환자)가 신천지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예배를 본 2월 16일 이후 잠복기인 14일이 지났고, 신천지 교인 검사 또한 대부분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또한 확실한 코로나19 근절을 위해 모임과 만남을 자제하는 '잠시 멈춤' 캠페인에 동참하자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두 달간 병원들은 '낙인'에 한 번, '거짓말'에 두 번 울었다.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으로 배척과 고립을 감내해야 하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확진자가 나온 의료기관은 곧장 '코로나가 뚫린 병원'이 됐다.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방역 작업이 진행될 동안 자연스럽게 폐쇄되는 조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런데 '병원 폐쇄'라는 단어만 부각되면서 마치 병원 시스템 전체가 마비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구 신천지 사태 전(前) 확진자 수가 한 자리수를 기록할 때부터 병원들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방문객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한 것은 이 같은 성급한 낙인을 우려해서다.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볼 때 코로나19 전파 양상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결이 다르다.

메르스 확산에는 '원내감염'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중동을 제외한 해외에서 메르스가 가장 많이 퍼진 나라가 됐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자조하듯 '코로스' 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이와 달리 감염 양상이 무차별적이며 교묘하다. 최근 분당제생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역시나 '국민안심병원마저 뚫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무조건 병원 탓부터 하기 전에 의심환자 분류 지침 자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분당제생병원에서 처음 발견된 확진자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병원 방문 확진자'를 무조건 '원내감염'으로 치환하는 공식을 변명함과 함께 환자를 의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에서는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입원한 환자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직원이 신천지 신도인 사실을 병원에 보고하지 않고 출근을 계속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일부 센터 외래진료가 중단됐다.
 
서울백병원 환자가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진료를 거부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행정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들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의 경우 진료예약을 받지 않고 있어 환자들의 불만이 크다. 환우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지역 환자라 진료가 미뤄졌다'는 증언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도 '메르스 트라우마' 영향이 있다. 메르스 당시 정부는 환자들이 거쳐간 '경유 병원'과 원내감염이 일어난 '발생 병원', 환자들을 도맡아 치료하는 '치료 병원' 등 의료기관을 분류했다.

하지만 감염병에 대응하는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시각으로는 모두 '메르스 병원'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병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대한병원협회는 직접적인 손실액을 5075억원 가량으로 추산했지만 정부는 1781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예비비를 의결하고 의료기관 손실 보상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지만 국제적 질병 전파는 이제 막 시작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필연적으로 확진자가 거쳐간 병원, 원내감염이 발생하는 병원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언제까지나 '충격'만 받고 '우려'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문을 냈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시민들의 위축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심리 지원에 나섰다.

바이러스가 쉽게 종식되지 않는다면 지금은 장기전을 준비하는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사회적으로는 거리를 두더라도, 정부와 의료기관이 코로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기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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