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부정은 있었으나 징계는 없었다. 처벌 근거가 되는 법이 신설되기 이전에 발생한 일이거나 징계시효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대학교병원 K교수 얘기다. 그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논문에 미성년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는 의혹을 받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해당 논문에 대한 연구부정을 확인했다.
당시 본지는 K교수에 대한 징계는 물론 연구비 환수 및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참여 제한 등 패널티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서울대학교 측은 “징계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주의’나 ‘경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내부규정 상 교수에 대한 징계시효는 3년인데, K교수 논문은 지난 2007년 출판됐기 때문에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의나 경고는 인사상 처분이 아니다. 실제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건으로 K교수가 인사 및 신분상으로 제한 받는 것은 없다”며 “향후 근무성적이나 성과급, 포상 등 부분에서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주관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교수 개인에 대한 징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실상은 달랐다. 현재로선 복지부 처분도 기대하기 힘들다. 복지부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연구비 환수나 K교수의 향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정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K교수의 논문 출판 년도는 과학기술기본법(2010년 2월) 신설 이전 건으로 행정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복지부는 서울대에 보낸 공문에 지원금 환수 혹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K교수에 지급된 예산은 총 1억7700만원이다.
그렇다면 연구부정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나머지 6건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대병원 교수 1명·세브란스병원 교수 2명·삼성서울병원 교수 2명 및 성균관대학교 교수 1명 등 연구부정이 확인된다고 해도 개인에 대한 징계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들 소속 학교도 교수에 대한 징계 시효가 ‘3년’이라면 출판일 기준으로 교수 5명이 징계시효를 이미 벗어난 상태다.
서울대병원 L교수(2015년), 세브란스병원 H교수(2014년), 삼성서울병원 K교수(2014년), 삼성서울병원 K'교수(2010년), 성균대학교 N교수(2010년) 등이다.
다행히 과학기술기본법 신설 이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행정소송 등으로 번진다면 장담할 수 없다. 이들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37억1250만원이다.
나아가 조국 前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의혹에서 보듯, 교수 자녀들이 해당 논문을 대입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입시 관련 자료를 4년 동안 보관하는데, 이 기간이 지났다면 경찰 수사의뢰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찰 수사의뢰는 대입 관련 의혹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입시 관련 자료 보관기관이 4년 정도이기 때문에 대학에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한 합법적 불공정성을 바꾸라는 것이고,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도덕심을 발휘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부·서울대학교 등의 법적 근거 미비 혹은 징계시효 초과 등 해명이 이해는 되면서도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