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12월 4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2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포스트 반도체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특히 2025년까지 4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신약 기술수출 실적이 2017년 1조4000억원, 2018년 4조4000억원으로 3배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상회, 5조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굵직한 사례를 보면 먼저 올해가 시작되면서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유한양행이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으로 계약금만 1500만 달러, 마일스톤 7억7000만 달러 규모의 딜 소식이 들렸다.
또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약 1조원 규모)이 들려왔다.
연달아 베링거인겔하임은 7월 브릿지바이오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관련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최근 중소 바이오벤처기업인 알테오젠이 10대 글로벌제약사 중 한곳과 최대 1조6190원 규모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플랫폼 기술에 대한 비독점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들 기술기술 4건만 합쳐도 5조원에 이른다. 추가로 최근 4~5년 사이에 있었던 매우 큰 기술수출 성과가 떠오른다.
2018년에는 유한양행이 얀센과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후보물질 3세대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 기술수출로 계약금 5000만 달러, 마일스톤 12억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2016년엔 한미약품-제넨텍(로슈 자회사) 간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 기술수출 (계약금 8000만 달러, 마일스톤 8억3000만 달러의 규모), 같은해 동아ST와 애브비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DA-4501’ 기술수출 (계약금 4000만 달러, 마일스톤 4억8500만 달러의 규모) 계약, 2015년 이후 한미약품과 사노피의 ‘퀀텀프로젝트(당뇨병 치료 신약)’ 등 기술수출 계약(약 5조원 규모)이 있었다.
언급된 약 13조의 기술수출 사례는 모두 KRPIA 회원사인 글로벌제약사와 국내 바이오제약사들 간 빅딜이다. 아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거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많은 기술수출 성과까지 합친다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년도 안된 짧은 기간 동안에 엄청난 속도로 큰 성과를 일궈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어려운 규제환경에서도 R&D 투자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피땀을 흘린 노력과 집념의 결실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 진출한 글로벌제약사들도 국내바이오제약사들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우리나라 과학 역량을 본사와 글로벌 진출을 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한번이라도 더 만들려고 애쓰면서, 국내 제약산업 위상을 글로벌시장에서 높이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2014년 한국바이오제약협회와 공동으로 제1회 KPAC를 실시했고, 현재까지 4차례나 진행했다. 물론 KRPIA 회원사들도 개별회사 차원에서 자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고, 서울바이오허브에서 국내 벤처기업들과도 함께 활동 중이다.
기술수출 이외에도 국내 제약사와 해외 진출 협력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의료기관-연구기관과 함께 신약개발 연구 수행 등 끊임없는 상생협력이 국내와 해외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실 글로벌제약사들은 한국사회에 어떻게 무엇으로 기여하는 것이 맞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 그리고 변치 않는 우선순위와 핵심은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받아 건강하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나라에서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다.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정부도 바이오제약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다. 이러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정부)의 조화와 협력이 시너지를 내면 새로운 변곡점에서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렇듯 국내 바이오제약기업, 글로벌제약사, 그리고 정부 등 신약개발 및 혁신의 주체들이 한 마음으로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혁신 생태계’의 기반이 충족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2025년까지 4조원의 R&D 비용을 투자하고 기초기술 및 유망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달 중 바이오헬스 규제개선 로드맵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본격 이행에 들어가고 2000명 규모의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기적인 관점과 근간이 되는 원칙에 대한 기준을 잘 마련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여 우리나라가 개발한 신약이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신약으로 우뚝 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은 ‘혁신’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혁신 가치에 대한 인정’이 규제로 인해 막힌다면, 현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사라지는 셈이다. 민간 부문인 제약사에서는 ‘혁신’을 책임지고, 정부는 현장이 ‘혁신’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치가 인정받는 정책과 환경을 리딩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