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대한민국 이공계 대학생들의 이탈현상을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일까?
의·치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공계생 이탈이 6년제 약학대학 입시가 시작되면서 더욱 가속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4년제 학제였던 전국 20개 약학대학의 입시제도는 오는 2011년부터 전면 ‘2+4 체제’의 6년제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의전원과 치전원으로 빠져 나가던 이공계 학생들이 약학대학으로까지 진출할 전망이어서 이공계 황폐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 조짐은 약학대학 입시 학원가에서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의치학전문대학원 및 약학대학 입시전문 학원인 프라임MD가 최근 시행한 모의 PEET(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의 응시자를 분석한 결과 이공계생 비율이 절대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모의고사에 응시한 1026명 중 생물학 전공자 27.5%, 공대 전공자 24.9%, 화학 전공자 19.7% 등 총 72.1%가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 서울메디컬스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PEET 전국 모의고사에서도 응시자 1066명 가운데 생물 29.6%, 공대 32.2%, 화학 17.5%로, 79.3%가 이공계 학생들이었다.
약학대학의 경우 ‘4+4 체제’의 의전원, 치전원과는 다르지만 2년 간의 학부를 마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어 약학대학 지원을 위한 이공계 학생들의 중도이탈이 가중될 전망이다.
즉 의전원과 치전원은 4년제 대학 졸업 후 지원이 가능하지만 약학대학은 2년을 다니다가 지원할 수 있는 것.
한 약학대학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전원, 치전원과 마찬가지로 약학대학 역시 이공계 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의 내용이 이공계 학생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만큼 이들 학과 전공자의 지원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학가에 따르면 2005~2008년 사이 전국 4년제 대학 생물학과 졸업생 800명이 의전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는 전체 의전원 입학생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공계 우수 졸업생의 의전원 직행은 해당 대학원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3개 대학 생명과학 분야 졸업생의 대학원 평균 진학률은 2004년에서 2008년 33~34%를 유지하다가 의전원 모집 정원이 늘면서 2010년에는 16%로 급락했다.
서울대 문리천문학부 김수봉 교수는 “의전원 입학시험 과목인 물리학 수강생들이 늘어나 기쁘지만 학원 강사가 된 듯한 씁쓸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과도한 열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전 분야에 걸친 균형적인 우수 인재 양성은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야할 큰 숙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