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수첩] 단식 중 쓰러졌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복귀했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 7월16일 퇴원해 이촌동 의협회관 앞 농성장과 혜민병원을 찾았다.
의협회관 앞 천막 농성장은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에 이어 의협 정성균 총무이사와 변형규 보험이사가 단식 중인 곳이며, 혜민병원은 최 회장이 쓰러진 뒤 릴레이 단식을 했던 방상혁 부회장이 입원한 곳이다.
최 회장은 “주저 없이 투쟁 대열에 동참해주고 계신 임원 동지들과 회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단식은 지난 7월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후 시작됐다. 최 회장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변경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9월에서 10월 중 의료계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 요구사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변경 외에도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영역 침탈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이다.
단식은 이러한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시행됐다. 최 회장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한 만큼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며 “종료시점을 따로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의 단식은 최대집 회장이 쓰러지고 그 뒤를 이은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쓰러진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은 물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까지 방문했지만 단식은 이어졌다.
정부를 대표해 방문한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국민 건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오랜 시간 생각했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며 “대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 제안이 원론적인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6개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의협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언제까지고 단식을 이어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대집 회장의 단식을 통해 수많은 의사들이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절감했다. 이에 자발적으로 단식에 동참한 회원도 있었고, 지지를 위해 의협을 찾은 회원도 적지 않다.
단식 목적이 회원들로 하여금 현재 의료계 상황에 대해 알리기 위함이었다면 내부 결집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다.
단식으로 쓰러진 최 회장이 현장에 복귀한 만큼 단식 중단의 명분도 충분하다. 이제는 실리를 얻기 위한 전략을 마련,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 하는 투트랙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의료계에서도 이제 단식 이후의 플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물론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단식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의 결연한 의지는 단식으로 충분히 보여줬다. 이 이상의 단식 농성은 효과는 커녕 집행부의 건강만 해칠 가능성이 더 높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했다. 이제 회원들이 의협과 정부의 대화 결과에 주목할 수 있는 판이 깔린 것이다.
‘투쟁’ 이미지로 당선된 최대집 회장은 “투쟁은 협상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의협 단식 투쟁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