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달한 필수의료 '내·외·산·소' 회생방안 모색
복지부, 4대 주요 학회와 첫 회동···'별도 협의체 구성 해결책 강구'
2021.04.12 12: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진료과들의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본격적인 소생 방안 마련에 들어간다.


고질적인 전공의 지원 기피에 따른 의료진 부족으로 필수의료 붕괴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해당 학회들의 읍소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 4개 주요 학회와 만남을 갖고 ‘필수의료’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복지부가 각 진료과 현안과 관련해 해당 학회와의 개별 면담을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필수의료’라는 명제를 놓고 4대 학회와 동시에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내‧외‧산‧소 학회 이사장들은 대한민국 필수의료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국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위기론’에 공감을 표했고,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필수의료 진료과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협의체에서는 가장 시급한 전공의 기피현상은 물론 저출산에 따른 분만과 소아의료 환경 변화 등 종합적인 대책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의료의 근간인 ‘필수의료’의 위기인 만큼 단발성 논의가 아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음 회의는 4월 말로 예정돼 있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필수의료 진료과의 위기 상황에 대해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체 구성을 계기로 내외산소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가 가산 등 나름의 방안이 동원됐지만 좀처럼 기피과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며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진료과 소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은 내‧외‧산‧소 4대 학회 연대 결과물이다. 개별적인 대응보다 연대를 통해서 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였다.


실제 이들 학회는 지난해 수 차례에 걸쳐 ‘4대 학회 통합 이사장 회의’를 열고 날로 심각해지는 기피과 문제 등 필수의료 회생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통해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근무여건 △의료분쟁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 해결책을 모색해 온 만큼 복지부와의 협의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인력난에 인프라 붕괴까지 수치로 확인되는 절체절명 위기


이들 학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필수의료 위기론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한 해 신규 외과 전문의 수는 2009년 212명에서 올해 143명으로 줄었다. 그 사이 수술 수요가 많은 암 환자는 18만여명(2008년)에서 24만여명(2020년)으로 늘었다.


연간 신규 의사면허 취득자가 2000명 수준이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매년 200명 이상의 외과의사가 배출됐지만 최근 의대 졸업자가 3300명 정도로 늘었음에도 신규 외과의사는 150명 이하다.


의사를 늘려도 외과의사 수는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50대 외과 의사들이 은퇴하는 10년 후부터는 수술대란이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대한외과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외과 전문의 50%가 “다시는 외과를 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할 정도로 의사들의 외과 기피는 심각한 상황이다.


산부인과 상황도 심상찮다.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이 매년 110명 안팎에 그치면서 고위험 산모를 처치할 조교수급 교원이 급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조교수급 산부인과 의사가 54% 줄어들 전망이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 의사들이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젊은의사들이 없어 심각한 인력난이 우려된다.


소아청소년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2021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0.29대 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209명 정원에 지원자는 62명이었다. 빅5 병원도 충원에 실패할 정도로 상황은 처참했다.


소아의료 인프라 붕괴도 심각하다. 소아전문응급센터 9곳 중 의사 부족과 설비 미비 등으로 4곳이 중도 탈락하고 현재 5곳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소아감염, 심장, 신장, 중환자 관리 분야를 전공하겠다고 나선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전국적으로 한 명도 없었다.


내과의 경우 나머지 3개 진료과 대비 그나마 전공의 기피현상이 덜하지만 우려는 매 한가지다.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전임의 과정에서 내시경 시술로 개업 하기 좋은 소화기내과에 전체의 33%(139명)가 몰렸다.


암 치료를 하는 혈액종양내과에는 30명, 코로나를 진료하는 감염내과는 29명에 그쳤다. 필수의료 안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학회 이사장은 “그동안 필수의료 진료과 홀대가 작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며 “정부와의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어떤 대책이 수립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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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 04.13 07:34
    병원들이 좋은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는 개원가가 망가지면 교수들도 설 자리가 줄어들고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
  • ㅇㄹ 04.12 19:01
    깔끔하게 망하고 다시 시작하는게 맞음

    교수자리는 현재 체계로는 늘릴 수 없으니
  • 세부 전공하면 뭐하냐 04.12 16:54
    결국 교수 자리 없어서 개업해서 감기 환자 보고 있는데...
  • 병원인 04.12 13:21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 올수있다. 고생 많이 하고 중증환자 많이 보고 수술하는 의사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의사들이 많다는 우울한 현실이다.
  • 메이저의 04.12 12:56
    고생은 고생대로 하며 등골만 빼먹히고 나중에 어느 한자리 제대로 얻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어느 누가 하려하겠는가? 요즘에는 레지던트들도 기피해서 대학병원 교수자리도 불안하기 이를데 없는 가시방석이다.
  • 글쎄 04.12 12:51
    비인기 인기여부를 떠나 능력에 따라 후진을 양성하는게 아니라 학연에 따라 사람 뽑으며, 자기정치나 일삼는 고루한 윗분들이 기득권 쥐고 있는 이상 필수과의 위기는 계속될것이다. 자업자득이다.
  • 04.13 09:04
    언급된 과 전공하는 사람인데 이 말이 맞다. 어차피 저런 과는 소수 병원에 집중되어있고 거기 부릴 노예는 계속 나오니까 기득권 쥔 교수들은 후학 양성에 신경쓸 필요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