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중국의 절대 권력자 마오쩌둥은
1958년 농촌 시찰 중 참새무리가 벼이삭을 쪼아 먹는 모습을 보고 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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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고픈 인민들이 먹어야 할 곡식을 참새가 축내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 자리에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즉각 참새박멸지휘부가 만들어졌고, 전국 전역에 걸쳐 대대적인 참새 섬멸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냄비와 세숫대야를 두드리며 참새를 몰았고, 날다 지친 새들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는 포수에 의해 사살됐다. 운 좋게 살아남은 참새들은 먼 곳으로 달아났지만 독극물을 섞어 뿌려놓은 곡식을 먹고 떼죽음을 당했다.
참새 소탕령으로 무려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섬멸됐다. 중국 전역에서 참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씨가 말랐다.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가 사라졌으니 식량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메뚜기와 해충들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었고, 그해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쌀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수 천만명의 인민이 굶어 죽었다.
근시안적 결정과 지도자의 오판에 우회적 일침을 가할 때 왕왕 인용되는 ‘참새 박멸’을 소환한 시점은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 성과 발표를 접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문재인 케어 시행 2년을 반추하며 약 3600만명의 국민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중증환자 의료비 부담이 1/2에서 1/4 수준까지 크게 줄었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보장률이 68.8%(잠정)로 높아졌다고 평했다. 국민들 상당수도 문재인케어에 긍정적이라는 설문조사도 공개했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재정 투입도 확대 중으로, 2016년 대비 항암제 약품비와 희귀질환치료제 약품비는 각각 41%와 81%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민 의료비 경감 효과를 강조하며 “문케어 목표는 임기 내에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굳은 정책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고무적 평가와는 달리 의료현장 곳곳에서는 문재인 케어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자칫 관리가 잘못될 경우 정상궤도로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신호음이 느껴진다.
우선 건강보험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인 작년 건강보험 재정이 3조895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7년 만의 적자 전환이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폭증이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건강보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목표대로 2022년까지 70%로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폭탄’이 불가피하다. 올해 6.46%인 건보료를 매년 인상해 법정 한도인 8%까지 올려도 2026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난다.
의료생태계도 붕괴 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 쏠림현상은 문재인 케어 시행 전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대형병원 중증환자들은 진료 기회가 축소·박탈되는 한편 중소병원들은 환자들이 이탈하면서 도산 위기에 몰렸다. 문재인 케어가 오히려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7년 10조9000억원이던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14조원으로 늘었다. 비율로는 무려 28.7% 증가했다. 그 만큼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결국 중소병원들의 고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2018년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은 8.3%로 전체 종별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폐업한 병원이 개업한 병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121개 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고, 122곳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60년 전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던 참새 박멸의 역설이 조민간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중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지도자의 근시안적 정책 결정은 수 천만명의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부메랑됐다. 부디 문재인 케어가 마오쩌둥 참새 박멸의 데자뷰가 아니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