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세계 주요 보건 관련 기관들은 치매가 다른 유사 질환과 비교했을 때 위급성이 높다는 인식을 갖고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종합적인 치매관리 계획을 수립, 실시 중인 나라다.
1970년대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도달한 일본은 1980년대부터 치매노인 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86년 치매노인대책본부와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1994년 구체적인 대응방안인 ‘신(新)골드플랜’이 추진되는 등 본격적인 치매관리체계를 구축했다.
2012년 ‘치매 대책 5년 계획’이 발표됐으며 2015년에는 ‘치매정책 종합 전략’이 제안됐다. 특히 ‘신(新)오렌지플랜’이라고도 불리는 종합계획은 지역 내 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을 담고 있다.
치매 단계에 따른 적절한 의료 및 간호 제공과 지역별로 ‘치매관리 경로’를 구성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인 치매관리체계가 핵심이다.
특히 교토 지역에서는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치매관리서비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중심 개호 서비스
일본의 치매관리체계 내 개호 관련 서비스는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주택개호지원사업소의 매니저를 중심으로 제공된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치매환자와 일부 서비스 제공기관을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택개호지원사업소 매니저는 환자별로 구체적 치매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사업자 등과 연락,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지역포괄지원센터 및 매니저와의 상담서비스는 간병인들이 갖고 있는 개호에 대한 정신적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상담을 통해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환자의 선택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초기 치매환자 계층에게 적합한 서비스로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공유하는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며, 여러 동아리 및 모임 등이 신설되고 있다. 또한 환자와 가족, 간병인 등이 모일 수 있는 치매 카페서비스도 제공된다.
치매가 보다 진행되면 보다 방문개화,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자택에서 개호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필요시에만 단기간 시설을 이용해야 할 경우 단기입소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선택과 집중 의료서비스
치매관리 경로에서는 평상시 건강관리를 포함해 인지저하가 진행되는 초기부터 주치의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두는 것을 권장한다.
본인이나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있으면 치매가 발병하더라도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계속하는 게 가능하고, 필요하면 주치의로부터 전문 의료기관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치매관리체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통원서비스와 입원서비스가 있으며, 치매 정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게 권장된다.
초기에는 주치의를 방문해 향후 치료계획 등에 대한 면담을 실시한다. 치매가 중증도까지 진전돼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때에는 통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에는 보건의료·개호 기관 등과 연계를 도모하면서 전문적 진단, 지역 보건의료·개호 관계자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을 수행하는 치매 전문 의료기관 등을 이용한다.
입원서비스의 경우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한 입원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개월 전후 정도의 단기입원으로 수술과 전신관리 또는 집중적인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일반병상을 이용한다.
중증도 환자는 일단 정신과 병상 등에 입원한 후 인지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회복 훈련을 실시하거나 증상 경감을 위한 서비스를 이용한다. 다시 재택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완화되면 퇴원시킨다.
치매관리체계 이용
치매관리체계 이용은 어느 시점에 관리 경로에 진입해야 한다는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 시점은 여러 유형이 존재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빨리 치매관리 경로 이용이 권장되고 있다.
치매관리 경로에 따른 서비스 이용은 환자 본인과 가족, 간병인과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주치의, 개호서비스와 관련된 케어 매니저 및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이를 둘러싼 여러 구성요소에 의한 상호작용을 거친다.
초기 면담 과정에서 ‘치매관리 경로 연계 시트’라고 하는 양식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기입한다. 연계 시트는 치매관리 경로 내 서비스 제공에 기반이 되고, 통상 그 주기는 2~3년으로 권장된다.
우리나라 치매정책 방향성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80년대부터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신(新)오렌지플랜’을 적용 중이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서비스 및 개호서비스, 사회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 및 노인 친화적 지역 환경 구성을 비롯해 치매관련 연구개발·지원까지 전반적인 영역에서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이 발표된 지 약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험국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과 인접해 있으면서 정책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향후 치매관리정책 수립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수 십년 앞서 치매관리에 대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 왔지만, 치매에 대한 대응방안이 포괄적이지 못하고 중증 치매 환자에만 집중된 정책을 추진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지적된 단점을 보완해 현재 추진 중인 ‘신(新)오렌지플랜’은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주택개호지원사업소의 케어 매니저를 중심으로 ‘치매관리 경로 연계 시트’를 활용해 치매관련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 및 가족의 의사가 존중된 서비스 간 자유로운 연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치매 국가책임제가 나아갈 방향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그간 추진해 온 여러 사례 중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한국 실정에 맞게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치매국가책임제가 한국을 ‘치매 부담 없는 행복한 나라’로 이끌어주는 것도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