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일명 ‘장미 대선’이 열리게 되면서 각 정당들이 바빠졌다.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당내 경선을 마무리 짓고 ‘본선’에 내보낼 선수들을 확정지어야 한다.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후보들은 우선 당내 경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일찍이 대선 출마를 확정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3월말 현재 후보들의 막판 지지호소가 한창이다. 현재 예비 후보들의 공약은 ‘사회 양극화 해소’, ‘청년 실업 해결’ 등에 맞춰져 있다. 보건의료 공약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나 있지만 본선 무대에서는 보건의료 분야도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각 당 예비후보들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 강화 중점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 2위를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경선을 진행 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에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게 좋겠냐’라는 질문에 문재인 후보가 33%로 1위를 차지했고, 안희정 후보가 18%로 2위에 올랐다. 3위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0%)와는 차이가 있다.
이미 한 차례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문재인 후보는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가진 후보 중 한 명이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도 보장성 강화를 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문 후보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해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번 대선에 '공공의료 강화'를 천명했다. 우선 현재 국내에 단 한 곳뿐인 어린이재활병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 어린이재활병원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넥슨어린이재활병원 뿐이다.
이에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내 재활의료체계에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주요 보건의료 이슈에 대한 국가 책임론도 강조했다.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실시하면서 치매 전문병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감염병 전문병원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계획도 밝혔다.
안희정 후보는 '보장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안 후보는 지난 2월 개최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창립 19주년 기념식에서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 중 계승할 것은 계승하겠다 게 안희정 후보의 방치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중심 보장성 강화에 이어, 전체적인 건보 보장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인 것도 다른 후보와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충남지사를 지내면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다만 안 후보는 의료 부문 규제 완화 등 야당이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 “독소조항까지 찬성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 간호사의 처우 개선 문제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이력과 공약의 방향을 같이 한다. 최초의 주민발의로 설립 추진 중인 성남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 후보는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겠다고 했다. 경영성과를 이유로 문을 닫은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한 뒤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입원진료비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장차 전면적인 무상의료를 시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소아청소년 층이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공약의 배경이다.
이 후보는 치매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전문병원 설립도 공약했다. 또한 ▲산후조리금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국민의당, 의사 출신 vs 복지부장관 출신 ‘2파전’
국민의당 경선은 의사 출신 안철수 후보와 보건복지부장관 출신 손학규 후보의 2파전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회 부의장인 박주선 후보도 있지만 안철수와 손학규 구도로 형성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에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는 안 후보가 유리한 상황인 가운데, 손 후보가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우선 보건의료 연구인력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 간 연구인력 4만명을 선발해 연구소와 지방대에 배치하는 4만 양병론을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 국립대 교수와 정부 연구소 연구원 처우에 차이를 없애고, 인수공통 감염병, 복지용 로봇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본선 진출이 유력시되는 후보인 만큼 본선에서 내세울 공약들도 관심사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 ▲공공보건의료 강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손학규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행보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손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노인병 전문의를 지역 노인들과 연결하는 주치의제 도입과 병원비 상한제를 공약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추진과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원격의료의 대안으로 방문간호사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나도 있다" 군소 후보들 주목할 공약
가장 먼저 대선후보를 확정한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일찌감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원내 정당 중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인 만큼 보건의료 공약도 파격적이다.
우선 심 후보는 담뱃세를 흡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암 치료를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폐암, 식도암에 대해 국가가 치료비 100%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소아청소년 입원진료비의 국가책임제도 공약했다. 이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반영한 것이다. 담뱃세 인상 비용을 암 진단 비용과 금연 프로그램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쓰겠다는 방침이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후보의 2파전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 후보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보건의료 공약을 내놨다. 17년 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외래 정액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보건복지위 소속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박 의원의 개정안에는 17년 간 1만5000원에 묶여 있는 노인정액제 진료비 기준 금액을 2만원으로 상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 후보는 이외에도 치매와 장기요용환자에 대한 지원 강화을 공약으로 내걸며 노년층 표심을 노리고 있다.
남경필 후보의 경우 별다른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경기지사를 하면서 지난해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선 경선에서도 공공의료 확충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남 후보는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을 통해 분절적이던 경기도내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대학병원 의사 인력을 유치하고 소속 의사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강화 등도 담겨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인제, 김관용, 김진태, 홍준표 후보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중 홍준표 후보는 잘 알려진 대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뒤 진주의료원 폐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에 홍 후보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공공의료기관에도 성과를 중시하는 정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존 여당의 대표적인 보건의료 정책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