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약물과민성 반응 위험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환아에게 답손을 처방한 의료진에 법원이 2억7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선고했다. 주의위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이 인정돼 위자료뿐만 아니라 이후 치료비까지 병원이 배상할 책임을 있다는 판단이다.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부(재판장 이원형)은 환자인 원고A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는 2억7200만원을, 미성년자 원고 부모 2인에게는 각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환아 A는 소양증이 심한 여드름성 구진 병변으로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당시 A는 박트로반, 에스로반, 데스오웬을 도포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소양성 양진을 진단하고 항박테리아 화합물 답손(dapsone)을 처방하면서 2주 후 내원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다시 병원을 방문한 A씨의 호전됨을 확인한 의료진은 A씨에 17일분의 답손을 추가 처방했다.
그러나 2번째 답손처방을 받은 다음날 A씨는 고열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검사 결과 경한 백혈구 감소증, 적혈구 감소, 간효소 수치 증가, 빈혈, 염증 수치 증가 등의 소견이 관찰됐다.
병원 의료진은 수액공급과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며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검사를 시행했으며, 약물과민성 등을 의심하며 같은 병원 피부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검사와 협진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된 답손으로 인한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이 고열의 원인으로 판단한 의료진은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
그러나 A씨는 고열, 호흡곤란, 구토증상을 계속해서 호소했고 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크게 증가했다. 약물과민 증후군과 패혈성 쇼크를 진단한 의료진은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겨 수액공급과 방사선 검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A씨는 빌리루빈 수치 및 간효소 수치가 급상승하는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결국 A씨를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중환자실로 전원 조치했다.
전원 당시 혼수상태에 빠졌던 A씨는 이후 간이식술을 시술받고 약 한 달 반의 회복기간을 거쳐 퇴원했다.
이에 A씨 측은 B병원 의료진이 ▲초진 당시 색소성 자색반 피부염으로 진단하고 적응증이 없는 답손을 처방 ▲답손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투약을 중단하지 않음 ▲답손과 교차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약품을 무분별하게 투여했다며 의료진 과실을 물었다.
특히 답손을 처방하면서 처방 이유, 부작용, 주의사항에 대해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는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이며 병원 측 과실이 경미하다고 판단, 위자료 16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답손 처방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해 필요한 설명을 다했는지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병원 의료진의 지도설명의무 불이행과 A씨 발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답손을 복용할지 여부에 관한 결정 권리를 침해했으므로 일부 손해배상 책임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병원 측에 재산상 손해액 2억6200여 만원과 위자로 1600만원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의사 등이 진료상 과실 또는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의사 측 과실의 내용과 정도, 진료 경위와 난이도, 의료행위의 결과, 해당 질환의 특성, 환자의 체질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의료진이 A에게 적응증이 없는 답손을 처방하고 투약 중 감시와 처치를 소홀히 했으며, 약물과민반응증후군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을 치료비의 70%까지 부담토록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