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수술)을 거부한지 4개월이 흐른 가운데 일선 개원가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가 우려했던 대로 의사와 환자 간 갈등도 줄이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낙태수술 거부 발표 후 4개월이 지났다.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낙태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꾸준하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 어려움도 줄지 않는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원 A원장은 “어떤 의사가 자격정지를 감수하면서 낙태수술을 할 수 있겠냐”면서 “대다수 의원들이 두려워서 낙태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이 낙태수술을 하냐고 묻지만 전부 돌려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낙태수술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언성을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답답한 마음에 여러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환자들도 이해가 되지만 의사로서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해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낙태수술을 한 의사에게는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겠다고 고시했다.
이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복지부가 해당 고시를 철회하지 않으면 낙태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가 강한 반발 의사를 표하자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헌법재판소가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낙태수술 의사의 처벌은 유보키로 한 것이다.
개원가 대부분은 낙태수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주변에 낙태수술을 하는 병·의원을 알고 있더라도 환자에게 이를 소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B원장은 “낙태수술을 하러 산부인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꾸준히 있다”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어떻게든 낙태수술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낙태수술을 하지 않지만 주변에 낙태수술을 하는 병·의원을 알고 있더라도 나중에 그 의사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개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C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못 낳는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은 꾸준히 많다. 아이를 못 낳으면 어떻게든 낙태수술을 받아야 한다. 의사로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태수술을 하는 원장님들도 아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할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복지부와 회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석 회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무뇌아도 수술할 수 없는 현재의 모자보건법은 개정이 필요하고 복지부도 여기에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안을 만들기 위해 복지부에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복지부 역시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 “추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