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서는 우수한 신약개발이 매출로 연결되며 성장한 기업들이 많다.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전 세계 300위 가량의 작은 회사였지만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오메프라졸’을 개발한 뒤 30위로 수직 상승했으며 지금은 글로벌 Top10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신약개발은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결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2017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 육성 부분에 제약산업이 포함됐고, 2018년에는 3대 전략투자, 8대 선도사업에 바이오헬스가 들어갔다.
2019년에 청와대와 정부는 다시 한번 '3대 중점 육성산업'에 비메모리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를 선정했고, 5월에는 바이오헬스를 국가 비전으로 선포하며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를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불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밝혔다.
실제 보건의료 분야의 정부 R&D예산 현황을 보면 2011년 1조 710억원에서 1조 5505억원으로 연평균 7.68%의 상승률을 보이며 총 정부 R&D예산 중 8.1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부의 보건산업 분야 투자가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신약개발 기업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는 여전히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기업이 받고 있는 정부투자비 비중이 19.85%로 대학(45.5%)이나 출연연구소(22.71%)보다 적은 편이고, 연간 평균지원 금액도 기업 규모에 따라 최소 4억 2000만원에서 최대 5억 90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신약 1개를 개발하는데 평균 1조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고, 임상 1상에만 드는 비용이 340만달러(약 37억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장기 과제가 아닌 이상 임상 1상 1개를 수행하는 비용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부의 대학·출연연 기초연구분야 지원의 비중이 큰 만큼 그 성과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산업 현장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에 병원·대학·연구소 등에 설치된 보건의료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의 기술이전 계약은 466건(381억원 규모)으로 상당한 기술이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부 과제로 인한 성과 창출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신약 연구개발에서 산·학·연이 연계됐 움직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되고 있으며, 정부 과제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축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규모별로 필요한 지원을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임상 안착률이 대기업보다는 적게 나타나 중소기업의 우수한 신약후보들이 임상에 잘 안착할 수 있는 지원이 향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0개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파이프라인 현황에서는 대중견 기업의 경우, 임상에 돌입한 파이프라인 비율이 33.7%로 중소벤처기업(24.8%)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어 정부가 직접적인 연구개발비 투자를 적극 지원하기는 어렵겠지만, 세제혜택, 민간기금 투자 촉진 혜택, 성공불융자 등 간접 방식으로 좀 더 많은 대기업이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비용의 싸움이라고 불리는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R&D 지원 정책에 연구개발의 특성이 심도 있게 고려돼야 좋은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측 가능한 장기 프로젝트 비중이 좀 더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과제의 반복은 연구개발 중단의 위험이 있으며 적어도 5년 이상 지원 가능한 프로젝트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향후 예산을 설정 할 때, 각 부처의 정책방향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발전 로드맵을 설정한 후 그 맵 상에서 제약기업 역할을 명확히 설정한다면 기업에게 어떠한 수혜를 주어야 할 지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