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적응증 범위가 제약사들이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상시험 추진 적응증에 대해서만 약을 사용토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약효 논란으로 급여 범위가 축소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 방식이 확정됐다. 모든 적응증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할지, 아니면 선별적으로 할지는 제약사들의 결정에 달렸다.
그러나 식약처는 "제약사들이 적응증을 선별해 약효를 입증할 경우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적응증에 국한해서만 허가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3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밝혔다. 임상시험 재평가를 하지 않는 적응증은 삭제될 전망이다.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이유빈 사무관은 "현재 콜린알포세레에트 성분 의약품과 관련해 적응증이 광범위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임상적 근거에 의문이 있는데도 사용 범위가 넓다보니 식약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모든 적응증에 대한 약효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그런데 임상 재평가를 실시하는 기간 동안 기존 적응증을 모두 인정해주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제약사들이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서에서 재평가 항목에 넣지 않은 적응증은 재평가 결과 도출 전 삭제할 계획이며, 관련 법적 근거는 의약품 재평가에 관한 고시에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 적응증 삭제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제약사들 입장에선 임상을 실시하지 않아도 적응증이 삭제되고, 임상을 실시해도 CNS계열 약물의 경우 유효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추신경계(CNS) 약물 가운데 임상 재평가를 통해 적응증이 삭제된 사례가 최근 2건이나 있었다.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이다.
대표적인 치매치료제 성분으로 꼽히는 도네페질은 약효 재평가를 통해 혈관성 치매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돼 적응증이 삭제됐다. 뇌혈관 질환을 동반한 치매 환자에게서 효능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퇴행성질환에 쓰이는 아세틸엘카르니틴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일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효능이 삭제됐다.
의약품안전평가과 김정연 과장은 "치매 증상에 사용되는 도네페질의 임상 재평가 결과, 2가지 적응증 중 혈관성 치매에 대해선 유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적응증 하나를 삭제했다"며 "사실 치매 관련 CNS 질환의 경우 다른 질환에 비해 임상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규제기관에서는 효능 및 효과가 인정되는 제품을 허가해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12월까지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임상 재평가를 포기하는 제약사들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품목들도 허가를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순환계약품과 김미정 과장은 "임상시험을 실시하지 않거나 별다른 통보 없이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제약사의 품목은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며 "식약처는 업계와 소통하며 이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등의 과정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나 문의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