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가 운반 과정상의 문제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지난 21일 저녁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개원가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접종 중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지사항이 제 때 전해지지 않아 유료 백신접종이 가능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하는 등 환자들의 민원이 속출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늦은 밤 보도자료를 통해 "독감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늦은 시각 발표로 대부분 의사들은 공지를 접하지 못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22일 새벽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 대회원 공지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급하게 하달된 의협의 긴급공지에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추후 정부 공지까지 중단해 달라’는 내용만이 짧게 언급됐다. 유료접종 백신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
이날 아침 지자체 차원에서도 안내 문자 등이 발송됐지만 ‘백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와 같은 대략적인 언급만 있을 뿐,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지침은 담겨있지 않았다.
정확한 사태파악이 어려웠던 의사들은 직접 보건소나 관할 지자체에 문의했다. 하지만 지자체에도 정확한 방침이 전해지지 않았고 부정확한 안내가 이뤄졌다.
실제로 한 보건소는 독감 백신 무료·유료접종 지침을 묻자 처음에는 “6개월~18세, 임산부, 62세 이상 대상자 모두 중단”이라며 “유료접종도 개별구매한 6개월~12세, 13세~18세, 임산부 모두 중단이며 노인독감도 잠정 중단”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약 30분 뒤 다시 연락해 “관할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6개월~18세, 임산부가 유료접종을 할 경우에는 접종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또 다른 지자체도 “무료접종 관련, 백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질본에서 연락이 있을 때까지 접종 중단해 달라”는 짧막한 안내만을 문자로 전달했다.
질병관리청이 병원 개별구매 백신(유료접종분)은 노출된 백신과 관계가 없다고 공표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에서다.
이 사이 내원환자를 돌려보냈거나 문의전화에 안내했던 병의원들은 환자에게 다시 연락해 접종이 가능하다고 알려야만 했다.
지방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A의사는 “전날 밤부터 오전까지 정확한 방침을 서로 묻느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난리가 났다”며 “결국 개별적으로 문의했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단체 임원인 B의사도 “백신 유통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것도 황당한데 공지사항도 제대로 내려오지 않았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퍼져 하루 종일 문의전화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혼란은 잠깐으로, 더 큰 문제는 무료접종분 백신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오늘만 해도 굳이 유료접종분을 맞겠다는 환자들이 급증했다. 특정사의 백신이 있냐는 문의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전성이 검증된 이후에도 무료접종분을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가뜩이나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백신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투명한 검증을 통해 안전한 물량에 대해선 정확한 안내를 실시하고, 무료백신접종 사업에 대한 환자들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