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릴 낙수효과 아닌 현 의료제도 재정비 시급"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초고령사회 맞아 필수‧지역의료 포함 변화 절실"
2024.07.02 05:31 댓글쓰기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처럼 '어렵고 힘들수록 물러서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의료계에 힘을 불어넣는 제46대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사진]을 의협 출입 기자단이 만났다. 지난 4월 1일부터 3년간 경북의사회를 이끌게 된 그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제기한 방법론에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편집자주]


Q. 늦었지만 회장 당선을 축하한다. 주력 회무가 있다면

제46대 집행부의 회무 목표는 '존경과 신뢰로 어제보다 더 행복한 경상북도의사회'이다. 회원을 위한 서포터즈 의사회를 표방하며, 개원가 중심이 아닌 봉직의는 물론 전 직역을 아우르는 화합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직역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개원가와 봉직의는 물론 여러 직역 회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인재를 두루 등용해 회무를 운영하겠다. 또한 지금까지 잘해왔던 사업은 계속 추진하되, 인기영합적인 사업은 과감히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젊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회비 납부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Q.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가 심각하다. 경북 지역 상황은

경북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이른 것. 현재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다고 누차 경고해왔다. 가족이 큰 병에 걸렸다면 다들 서울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하는게 대한민국 의료 현실이다. 상급종합병원은 환자 대기가 몇 개월에 이르지만, 지역 내 병원은 운영이 어려워 폐업한다. 게다가 경상북도는 지리적으로 굉장히 넓지만 의료기관 수는 적다. 영양군의 경우 땅덩이는 크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 곳밖에 없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영양군 인구가 1만5000명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여러 의료기관이 있어도 운영되기 어렵다. 더구나 영양군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동시에 제일 빠르게 인구소멸이 이뤄지고 있다. 도내 다른 지역들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빠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Q. 정부는 해결책으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제시했다. 이를 평가하면

10년에 걸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기에, 일단 의료자원 재정비가 필요하다. 비교적 가벼운 질병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쉽게 방문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별 역할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적인 해결 과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의료와 복지 인프라 구축 역시 시급하다. 가진 자원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인구소멸을 향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 괴물이 될 수 있는 낙수효과, 의대정원 증원으로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정부의 심중을 알수가 없다.


"국민을 위한 길 안다면, 의정 갈등 해결 가능" 

"현지실사의료사고민원 대응 등 지원, 회원들은 진료에만 전념토록 노력"

"공익법인 경북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기반으로 희망 등불 지향"

Q. 의대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두고 의정 갈등이 심각하다. 해법은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현 사태는 해결될 수 있다. 현재의 의정 간 대치 상황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결단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7개 요구안이 우선 해결돼야 하지만, 강력한 힘은 구성원 모두가 결집돼 하나가 될 때 나온다고 본다. 여러 창구를 통해 개인적인 해법이나 견해를 내비치면 그 선한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기에 의협을 중심으로 뜻을 맞추고 조속히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한다면 '국민들과 함께하는 의사회'라는 기치를 다시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Q. 의사회 차원에서 사직 전공의를 지원하는지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연락망을 가동하고, 대표단과 함께 현재까지도 소통하고 있다.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피해는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의권 신장을 위한 후원금도 모금해 지역 정착을 위한 지원금과 장학금 등으로 전달했다.

Q. 의료공백 이유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반응은 
비대면진료는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현재 일시적인 정치적, 의료적 환경에 의해 단기적 해법으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이어야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또는 과오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는 제대로 된 진단이 어려워 초진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되며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 역시 우려되기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대면진료를 통해 제대로 된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다.

Q. 앞서 '서포터즈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말그대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회로서 활동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집행부 당시 회원권익위원회가 처음 출범했다. 현지실사, 의료사고, 민원 대응 등 도움을 요청하는 회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포터즈 역할은 바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정말로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Q. 경북의사회만의 차별화된 사업은
의사와 봉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경북의사회는 지역사회의 중추 단체로서 어려운 이웃이 모두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국내 취약 지역에 봉사의 손길을 뻗어왔다. 2013년부터는 국내 봉사활동을 넘어 캄보디아 해외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지구촌 이웃들에게 인류애를 실천하고, 캄보디아 의사를 대상으로 현지 교육 및 국내 초청 연수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선진 의료 기술을 전했다. 이런 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사업의 투명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경북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고 2020년 3월, 경북 보건 제1호로서 '경상북도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공익법인 활동을 하는 의사회가 많지 않다. 감사하게도 우리 회원들은 봉사활동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참여도 하고 기부금도 기꺼이 납부해준다. 우리 집행부는 사업단의 사업이 더욱 다양하고 활발하게, 회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의 희망 등불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임현택 집행부에 한마디
의협 집행부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다. 회원들의 기대가 모여 당선됐기에 그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는 최대한 뭉치고 지지해줘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경북의사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앙회가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있다. 서로 응원하고 화합하는 경북의사회와 시군의사회처럼 의협 집행부에서도 회원들간 이견보다는 화합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 어렵고 힘들수록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뜻을 새기며 어려운 상황을 잘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주길 부탁한다. 잘 아시다시피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단 하나의 힘은 회원들의 단합과 동참이다. 우리 제46대 집행부가 앞장서 나아갈테니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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