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집행부, 지지하지 않은 회원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길 바래”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2018.04.24 05:17 댓글쓰기

노인정액제·전공의특별법 '보람'···의료일원화·의료전달체계 '반성'

38대 보궐선거, 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3년 10여개월 동안 의협 수장을 맡았던 추무진 회장이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추 회장은 의협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된 뒤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4년 가까운 시간동안 13만 의사들의 대표로 각종 회무를 수행했다. 추 회장은 임기 중 노인정액제 개선과 전공의특별법 통과 등 굵직한 성과들을 이뤄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불신임안 발의로 어려움도 겪었다. 추 회장은 22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를 마치며 이제 일주일 뒤에는 의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그는 내달 1일 출범하는 신임 집행부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 회원들을 위한 의협이 돼 주길 당부했다. [편집자주]
 

Q.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회를 듣고 싶다


길게는 4년, 짧게는 3년이라는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순간순간이 긴박했고 중요하지 않았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터지고, 이슈의 연속이었다. 한 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회무였다.


Q. 38대, 39대 집행부에서 많은 일을 했다


출범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문제와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회원들과 함께 막아왔다. 취임하면서는 회원의 자긍심과 권익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회관신축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부지 매입도 추진했다. 여기에 의협 세종 사무소를 개설하고 회원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 강화와 실사대응센터, 의료인 폭행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또한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무·세무·법률 연수교육 등을 실시했다.


전문가단체로의 의협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연수교육 내실화에 노력했고, 살충제 달걀, 생리대 파동, 안아키 문제, 한의사의 골밀도 검사 시연 문제 등에 전문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국제적 네트워크에서도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협회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Q. 회무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노인정액제 개선이다. 그동안 노인정액제가 변동이 없어 환자들과 의사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이러한 갈등이 생기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관계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노인정액제가 개선돼 이런 문제들이 해소됐다.

전공의특별법도 병원들에 변화를 가져오게 만든 성과다. 어찌 보면 지금 정부에서 시행 중인 최저임금제 인상에 앞서 의료계가 먼저 전공의특별법 제정으로 환자안전과 전공의 인권 및 권리를 증진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 행정처분 시효법 도입으로 고통 받는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Q. 회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어 애절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두 가지 있다. 의료일원화 논의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문제다. 두 가지 문제 모두 보건의료제도와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 꼭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이이다. 차기 집행부에도 이들 문제를 부탁하고 싶다. 
이번 회장 선거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니 정말 지역 편차가 심했다. 의료기관 간 쏠림현상이 극심했다. 특히, 올해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돼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이 낮아져 외래가 많이 늘어난 반면, 의원과 전문병원 외래는 줄었다고 한다. 선택진료비가 줄기 시작한 뒤 상급종합병원의 요양급여 비용이나 내원일수 증가율에서 의원과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 실제로 2013년 대비 2017년에 요양급여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10.84%인 반면 의원은 5.83%다. 외래 내원일수도 상급종합병원은 같은 기간 2.38% 증가한 반면, 의원은 0.89% 늘었다. 이처럼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추진돼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최종적으로 개선 작업이 추진되지 못해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는 부분이다.
 

2015년에 논의가 중단된 의료일원화도 아쉬움이 있다. 이번 선거기간 중에도 관련돼 왜곡된 지적이 있었다. 국가 보건의료제도와 환자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의료일원화는 국가 시책으로 정해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정부, 국회, 국민, 의료계 모두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사안이다.


Q. 임기 중 불신임이 추진되기도 했다

소통의 부족이 있었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면에 대해 반성한다. 집행부의 상임이사들이 한 분 한 분 그 자리에서 열심히 했는데 회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 같다. 보험이나 의무 분야에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무를 하고자 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런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이 생기며 불신임안이 발의됐다고 생각한다. 불신임 임총 때도 말씀을 드렸지만 집행부는 정관에 따라 회무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불신임 임총들이 정관에 따른 불신임 사유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회원들에게 죄송하며, 제 본심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Q.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협 패싱’ 이야기가 나온다


회장은 중간자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협은 대국회 활동은 물론 시민단체 및 주변 의료인단체와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한 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다. 최 당선인은 이번 선거기간에도 당선이 된다면 정치적인 입장 등에 대해 내려놓겠다고 한 바 있다. 최 당선인도 중간자적 입장에 서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물론 최 당선인은 당선시켜준 회원들의 뜻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역시 저를 지지하지 않는 회원들의 뜻도 의협 회무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새 집행부도 지지하지 않은 회원들 의견도 많이 반영하고 노력해주길 부탁드린다. 의협은 한 사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다양한 직역과 지역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최 당선인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며 회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Q. 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이 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기 집행부가 현 집행부보다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대집 당선인은 관련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방법론적인 면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최근 당선자와 여러 모임에서 만날 때나 개인적인 행보나 언행을 보면 기우인 것 같다. 국민들의 생각과 의사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소통과 홍보틀 통해 나아가다 보면 접점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퇴임 후 계획이 있다면

회장에서 물러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종종 생각을 했다. 그 대답은 본업인 진료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퇴임 후 쉬면서 향후 계획을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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