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응급실 폭력이 터지면서 응급실 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동시에 병원측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처 역시 더 이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경기도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가 의자로 의사 얼굴을 가격하고 집기를 던지며 난동을 부리는 CCTV 녹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의료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은 "응급실 폭력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근무의욕 저하 및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피력했다.
내부적인 응급실 폭력 발생 원인 외에 외부적인 요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응급실 폭력 신고 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난의 대상이 돼 왔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이사장은 "응급실 폭력에 대한 신고 시 경찰이 행동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병원에서 무엇인가 잘못했으니 폭력 행위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게다가 늑장 대응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출동해도 적극적으로 제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대다수 의료진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의료진 "경찰 신고해봐야 별 소용 없어" 부정적 인식 팽배
그는 "폭력에 대한 의료진이나 병원의 고소가 있어도 적당히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경찰의 행태"라면서 "이로 인해 응급실 의료진은 경찰에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년 전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주취자 처리에 대한 구호조치' 조항(제4조)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당시 의료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유 이사장은 "경찰에서도 제압이 되지 않고 골치아픈 주취자를 공권력도 없는 의료기관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으로 너무나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응급실 폭력 등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이 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된 사례가 실제 응급실 폭력 발생 건수에 비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폭력 피해 당사자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면서 "사법부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환자나 보호자가 응급실에서 폭행을 하도록 병원이나 의료진이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하는 시각과 법원의 온정주의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는 "응급실에서의 폭력은 단순히 개인 간 폭력 행위가 아닌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환자들에 대한 준 살인행위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폭력 발생 시 의료진이나 병원 당국의 비적극적인 대처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유 이사장은 "응급실에서 폭력이나 폭언이 발생했을 때 해당 의료진 입장에서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후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의한 협박 등으로 인해 대부분 고소를 취하하는 형태로 일단락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병원 역시 이미지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해당 의료진에게도 적당히 마무리 하도록 권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럴 경우 해당 의료진은 심각한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