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특허소송 급증···목표는 ‘우선판매허가권’
허가특허연계제도 이후 ‘묻지마 소송’ 빈번, 승소시 9개월 ‘시장선점’ 가능
2016.10.20 11:55 댓글쓰기

제약계의 시장 선점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을 통해 시장을 장악해온 제약사들과 복제약을 통해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는 제약사들 간 특허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제약 및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다수 국내 제약사는 오리지널 제품인 프라닥사, 베타미가, 브릴린타, 엘리퀴스 등에 대한 특허에 재도전했다.

이미 한차례 패소한 전력이 있지만 재도전을 통해 제네릭 출시를 희망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특허소송은 물질 특허를 겨냥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라닥사 조성물 특허에 항소를 결정한 제약사는 진양제약, 아주약품, 인트로팜텍, 삼일제약, 휴온스글로벌 등이 있다. 프라닥사 조성물 특허는 2023년 3월 3일 만료된다.

이와 함께 프라닥사 조성물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새롭게 청구한 제약사는 제일약품, 종근당, 다산메디켐, 보령제약, 삼진제약, 대원제약, 씨티씨바이오 등이 있다.

아스텔라스제약의 베타미가에는 물질과 결정형 특허 동시에 항소가 제기됐다. 물질 특허에는 알보젠코리아, 휴온스, 일동제약이 항소에 나섰다.

베타미가 물질특허는 2020년 5월 3일 만료된다. 일동제약은 베타미가 결정형 특허에도 항소를 제기했는데 만료일은 2024년 5월 17일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에도 다수의 제약사들이 재도전에 나섰다. 오는 2024년 1월 8일로 예정된 만료일보다 앞서 출시하겠다는 의도다.

항소에 나선 제약사는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삼천당제약, JW중외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이다. 이들은 포시가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연장무효소송을 겨냥하고 있다.

엘리퀴스 물질특허에도 항소가 이어진다. 아주약품, 네비팜, 인트로팜텍, 휴온스글로벌이 2024년 9월 9일 만료예정인 엘리퀴스 물질특허에 재도전한다.

이와 함께 브릴린타에도 하나제약, 국제약품, 한화제약, 인트로팜텍, 아주약품, 알보젠, 휴온스글로벌, 동화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바이오켐제약 등이 물질특허의 존속기간연장등록 무효 항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특허소송은 매출 확대에 결정적 요소가 됐다”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내년 특허가 만료되는 품목들의 제네릭들도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허특제 도입되면서 소송 급증···특허권자-후발주자 간 ‘신경전’

지적재산권인 ‘특허’는 특정인에게 일정한 법률적 권리 등을 부여해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다. 당연히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보장되는데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특허권자와 후발주자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허를 사수하려는 오리지널 제약사와 특허를 무효화 하거나 회피해 제네릭 약물을 출시하려는 후발제약사 간에 논리 다툼이 치열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보호 및 제네릭 제품의 출시 도모를 위해 제정된 미국 해치-왁스만법이 허가특허연계제도(이하 허특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돼 효력을 발휘한지 1년 이상 경과됐다.

이후 제네릭 약물 출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우선판매허가권(이하 우판권) 부여 제도가 생기면서 제약업계에는 특허소송이 증가했다.

실제 허특제 시행 후 지난 1년간 경과를 보면, 작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이와 관련된 심판청구 수는 총 1909건으로 2015년 3월 이전 324건보다 약 6배 급증했다.

특허무효가 1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존속기간연장무효 505건, 권리범위확인(소극) 284건 순이었다.

등재특허의 종류별 분쟁에서는 조성물 특허분쟁이 38%를 차지했고 무효를 입증하기 어려운 물질특허 분야에서도 약 28% 분쟁이 제기됐으며 결정형 특허분쟁도 17%를 차지했다.

허특제 시행에 있어 국내사의 목표는 우판권 획득이다. 타사와의 경쟁 없이 9개월간 시장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 개발사들은 최초 심판이 청구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심판을 청구해야만 우판권 획득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따라서 한 회사가 우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면 대응전략이 없어도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제도 시행 초반 제약사들이 불안한 마음에 따라하기식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청구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작년 3월 집계된 특허소송은 780건, 4월 952건으로 1년간 진행된 소송의 90%가 이때 집중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시 무분별하게 제기한 소송을 자진 취하하거나 패소하는 흐름이 생겨 올해 말까지 진성소송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은 제도시행 이전에 이미 제네릭 허가를 받은 품목과 우판권을 받은 제품이 섞여 있어 과도기였다면 올해부터는 특허만료 시기가 구별되면서 우판권 의미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급증한 특허소송, ‘시간·비용 낭비’ 부작용 우려

이 같은 비정상적, 무분별한 소송은 결국 건실한 제약사의 정상적인 소송을 지연시키는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패소 확률을 높여 시간,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일종의 장사 개념으로 소송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이 드는 곳까지 생기며 결국 업계 전반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제약계 관계자는 “평소 승소율이 67%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으나 이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 이길 가능성이 높은 소송을 진행한 덕분”이라며 “최근의 무분별한 소송은 제약 승소율을 크게 낮춰 결국 비용 및 시간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잦은 특허소송 분쟁은 결국 시장 내 경쟁 촉발을 통한 약가 인하 차단 등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많게는 수십개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생산, 시장에 진입하려 하면서 각종특허 논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효능 대비 저렴한 약가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산업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개발을 통한 마진영업에 열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우려감을 전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