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담 전공의 수련·육성 비용 '국가 분담론'
특별법 시행 앞두고 '정부지원 필요' 확산··· '질 높은 수련, 국민건강 기여'
2016.11.26 07:10 댓글쓰기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수련을 받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훗날 사인(死因)이 외인사인지, 아니면 병사인지를 똑바로 구분할 수 있는 의사들이 나와야지 않겠어요?”


한 의과대학 교수가 최근 故 백남기씨 사인 논란에 빗대 전공의 수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 병원들이 여전히 전공의를 ‘값싼 의료인력’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역시 부족한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달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방안들을 고심 중이다. 병협 수련환경평가위원회도 수련환경 개선을 논의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담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공공개념으로 본다. 민간병원에서 수련하지만 정부가 전공의 급여를 지원한다. 전문의를 제대로 키워달라는 정부의 당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단순히 전공의 수련환경에서 나아가 의료 선진국들처럼 수련교육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호주, 일본 등은 전공의 수련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공의 수련교육이 정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면서 수련병원은 위탁교육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직접수련교육(DME) 비용과 간접수련교육(IME) 비용 등 약 70%를 연방정부가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의 '전문의 수련교육 비용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금은 약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DME 비용에는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지도전문의 수련교육비 뿐만 아니라 수련행정 담당 행정직원 비용, 수련교육과 관련 있는 공간, 전기료 등이 포함된다.


IME 비용은 전공의 실수나 능숙하지 못한 의료행위로 환자의 치료비가 늘어나는 경우 등 수련병원이 전공의 수련교육으로 인한 비용 낭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도 지난 2004년부터 전공의 수련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주니어 레지던트 과정(2년) 소요 비용을 국가 일반회계로 충당하고 있다.

호주도 공공병원을 통해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반의(GP) 수련은 연방정부가 책임진다. 전공의 급여 외에도 수련 관리감독을 위해 해마다 3만달러를 지원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정부의 재정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병원계는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수련병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 3500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현재 전공의특별법에는 ‘전공의 육성과 수련환경 평가에 대해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지원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강원도 소재 W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수익은 굉장히 한정적이지만 전공의법 시행으로 인해 당장 필요한 비용만 40억원”이라며 “버티느라 힘든 상황이다. 국가의 재정 지원이 논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수련병원이 지불해야할 비용이 상당하다. 이미 경영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병원 경영이 안정돼야 전공의 수련도 제대로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진료공백에 따른 추가인력 비용 등 재정 지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부안을 만들고 전공의협의회와 의사협회, 의학회 등과 함께 재원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현지 평가수련이사(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3년차)는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담론에 적극 동의한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공감하면서도 재정적 지원에는 신중함을 견지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전공의특별법에 국가 지원 규정을 마련한 것은 큰 의미”라면서도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저수가 탓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가는 많이 올랐다. 과연 늘어난 수가가 전공의 등 인력에 투자됐는지 아니면 병상수 증대에 사용됐는지 병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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