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協 출범 싸늘한 시선···“사분오열 조장”
병원계, 태생 배경·추진 절차 등 회의적 시각 역력···정부도 '외면'
2018.10.11 05: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중소병원 현안 대응을 천명하며 발족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에 대해 정작 병원계 내부의 반응은 싸늘한 분위기여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기존 유관단체들과의 기능 중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발족 배경에 대한 순수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적잖은 상황이다.
 
이들의 행보가 가장 탐탁잖은 곳은 대한병원협회다. 대학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 중소병원, 요양병원을 아우르는 병원협회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병원협회 산하에는 대한중소병원협회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등 각 직능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
 
더욱이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의 지향점이 기존 대한중소병원협회와 대한전문병원협회 등과 중첩되는 만큼 필요성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 보인다.
 
실제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중소병원의 권익보호는 기존 단체들로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임원 역시 중소병원 관련 제도나 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병원계 내부의 사분오열만 조장할 뿐이라고 일침했다.
 
이 단체에 대한 병원협회의 불편함은 명칭 조율과정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당초 대한지역병원협회라는 명칭으로 출범을 꿰했지만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반발로 부득이하게 대한지역병원협의회로 수정했다.
 
직능단체로의 공인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단체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발족 배경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비급여 의존도가 높은 병원들이 문재인 케어 대응을 위해 조직을 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병원 원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 직격탄을 우려한 병원들이 중심이 된 조직으로 알고 있다중소병원의 전반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침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 이사장은 방향성에는 공감하더라도 방법론에는 동조하기 어렵다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행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힐난했다.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지난 9일 창립총회 당시 전국 300병상 이하 병원 285명의 병원장들이 발기인 명부에 이름을 올렸고, 이중 160명이 가입 동의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병원장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기인 명부에 이름이 오른 사실을 알고 항의하거나 아직 그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협의회 소속 임원으로부터 협조 요청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음에도 발기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이러한 행보는 세불리기의 전형이라며 신청서나 동의서 작성도 없이 전화 한 통으로 발기인 명단에 올리는 조직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 출범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집행부는 유감을 표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장일태 공동회장은 협의회가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돼서는 안된다애초에 중소병원협회가 제대로 했다면 이런 협의체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단체가 역할을 못해 지역병원협의회가 생겼다우리가 잘못하며 100병상 미만의 병원을 대변하는 단체가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협의회 출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모습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정책이나 제도 관련 협상 대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나 대한병원협회 등 기존 협상 채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협에도 재야단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정책을 논의하지는 않는 것처럼 지역병원협의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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