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료 파견 후 섬에 돌아온 공보의 당혹감
주민들 일방적으로 방역가스 등 살포, 대공협 '안전·근무지 이동 보장' 요구
2020.03.16 19:0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전남의 한 섬 지역에서 대구에 코로나19 진료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사 방에 일방적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해 논란이 됐다.

해당 공보의는 사건 이후에도 지역 의료공백을 염려해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전라남도의사회 등의 지원 아래 안전을 보장받아 다른 근무지로 이동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중보건의사 배치기준에 인권침해 요소 등을 포함하는 등 공보의 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김형갑, 이하 대공협)는 전남도 한 섬에서 공보의 방에 일방적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한 사건을 확인, 공보의 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한 배치기준 수정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이 공보의는 지난 2월 말부터 2주 동안 대구로 파견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작업을 진행했고, 의료공백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 근무 중이었던 전남 섬 지역에 조기 복귀했다.

보통 2주 파견이 계획되는데 대구·경북 파견은 직접 확진환자 혹은 가능성 높은 의심환자를 보는 임무를 부여받기에, 파견이 끝난 후 최대 2주간의 자가 모니터링 및 격리를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해당 공보의는 2주 자가격리를 마치기 전인 지난 3월 11일 근무지로 돌아와서 진료를 봤다.

대공협은 “원래 소속기관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해당 지역에서 의료공백 및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선별진료 업무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증상발현 평균기에 해당하는 4~7일 정도를 지켜본 후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본인의 의사로 조기에 진료업무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보의 A씨가 대구에서 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것을 알게된 일부 섬 주민들은 보건지소 내에서 민원을 넣겠다고 항의하던 중 공보의 관사를 방역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대공협은 “‘대구 의사가 왜 여기에 왔느냐’, ‘섬사람 다 죽일 일 있느냐’라고 하는 등 흥분하며 항의하던 중 해당 일이 마을에 방역을 진행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됐고 관사를 방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주민들은 2층에 있는 관사로 이동한 후 공보의 A씨가 있는 방의 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열어달라고 세차게 두들긴 후 문을 열자마자 의사가 피할 새도 없이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바로 살포한 것”이라며 “예년에 있었던 통상적인 방역 과정과 분명히 달랐으며, 타과 공중보건의사가 있던 방안에는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를 위해 섬을 비울 수 없었던 공보의 A씨는 이 사건 이후인 3월 14일에도 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적절히 조치, 육지로 이송하는 등 근무를 이어갔다.

현재 공보의 A씨는 전라남도의사회, 대공협, 해당 시군구 보건소, 시군구의사회 등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으며, 향후 안전을 보장받고 근무지 이동 조치를 받을 예정이다.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우선 해당 섬은 SNS 등을 통해 알려진 바와 다르게 신안이 아니다"라고 운을 떼며 “위험지역에서 직접 근무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방호복 착용 등 감염관리 수칙을 정확히 지키면, 큰 위험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 시각에서 볼 때 아주 불안할 수 있는 것은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통 부족, 의과 공중보건의사 배치·파견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여지기에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형갑 회장은 공보의 인권 향상을 위해 공보의 인권침해 요소를 배치기준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배치적절성평가위원회 등을 제안하고, 배치 과정에서 지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을 취합한 대공협의 의견을 청취해줄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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