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현장 응급실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전국 9개 거점 40개 의료기관 259개 119안전센터 참여…"적용 질환 확대 필요"
2023.03.23 06:15 댓글쓰기



스마트 의료지도 현장 구급대원이 거점병원의 지도의사에게 현장 상황을 영상으로 전달하고 지도의사가 현장 상황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의료지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오후 12시경 인천 아라뱃길 인근 청운교 다리 위에서 60대 남성이 자전거 라이딩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일행이 이를 발견해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지도의사(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한상수)와 영상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장에서 지도의사의 지시에 따라 15분간 전문소생술을 실시한 끝에 다행히 자발순환이 회복됐다. 이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관상동맥중재술 등의 응급진료를 받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 무사히 퇴원했다. 


이 같이 심정지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원격으로 팀워크를 발휘해서 현장 응급실을 구현하는 ‘스마트 의료지도(Smart Advanced Life Support) 시범사업’이 심정지 환자의 회복률을 높이고 있다. 


의료지도란 응급의료기관 의사가 응급처치 등 의료행위를 현장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위임·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음성·영상통화로 현장에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도의사가 구급대원에게 응급처치를 지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나아가 스마트 의료지도는 팀 리더 구급대원이 전용 앱을 사용해 지도의사에게 연결하고, 지도의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현장 상황을 영상으로 보며 구급대원에게 응급처치를 지도하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이다. 


스마트 의료지도에 사용되는 전용 앱의 모습. (좌) 지도의사 앱 화면, (우) 구급대원 앱 화면. 지도의사가 응급처치를 지시하면 구급대원이 처치를 시행하고, 시행한 내용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시간과 처치 내용이 기록된다.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은 지난 2015년 인구 800만명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경기지역 일부 등 5개 시·도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사업 참여 거점이 정해지며, 공모 결과에 따라 거점병원 주도로 해당 거점의 구급대원 전체가 기본교육을 이수한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에는 선착대와 후착대, 구급차 두 대가 출동해서 '현장 응급실'을 구현한다.


금년 기준 5개 시·도(인천·광주·경기·충청·전북), 1540만명 인구를 대상으로  9개 거점에서 40개 의료기관을 비롯해 46개 소방관서, 259개 119안전센터가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병원 전(前) 자발순환회복률·호전퇴전율 향상 등 ‘성과’ 확연  


총 8년의 스마트 의료지도 사업 성과에 비춰보면 응급실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 시행을 포함한 전문현장소생술 시행 여부가 심정지 환자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로 판단된다. 이는 심정지 관련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기도 한다. 


해당 시범사업은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였다. 성과 지표인 ‘병원 전(前) 자발순환회복률(ROSC, 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과 병원에 옮겨진 후 ‘신경학적 호전퇴원율(CPC)’이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병원 전 ROSC는 심폐소생술 도중 마사지를 시행하지 않는 동안 맥박이 다시 촉지되는 비율이다.  CPC는 1~5점으로 나뉘는데, 1·2점은 신경학적 예후가 양호해 일상생활 복귀 가능 상태로 퇴원하는 환자 비율이다.


병원 전 ROSC와 CPC(1·2점)는 각각 ▲2015년 20.6%, 6.0% ▲2016년 23.5%, 6.4% ▲2017년 23.3%, 6.0% ▲2018년 24.4%, 6.1% ▲2019년 20.8%, 6.7% 등으로 향상됐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20.0%, 4.6%, 2021년 성과는 19.7%, 5.0%로 나타나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사업 성공 핵심 요인, 거점 지도의사·구급대원 등 '팀 교육'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9개 거점병원은 거점 내 심정지 환자 발생 시 구급대원의 의료지도 요청에 대비해 31개 협력병원과 함께 365일 24시간 의료지도 당직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9개 거점병원은 가천대길병원·인하대병원·조선대병원·아주대병원·한림대동탄성심병원·명지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전북대병원이다.


스마트 의료지도 팀워크 교육 현장 
거점병원은 지도의사와 구급대원 등을 대상으로 의료지도 요청을 위한 프로토콜 교육 및 팀 워크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서 스마트 의료지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119 구급대원이 다른 질환에 비해 출동과 처치 경험이 부족한 심정지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토록 하기 위해서는 현장전문소생술 교육과 재교육은 스마트 의료지도 핵심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 유행으로 사업 참여 지역의 구급대원 교육과정이 일부 중단됐다.


이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올해부터 소방청과 협의를 통해 교육 재개를 협의하고, 의료지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 의료지도 대상 질환 '확대' 필요


지난 2015년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시작 당시  초기 목표는 119구급대로 이송된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초기 성과 목표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달성했다. 2014년 병원 전 ROSC는 8.5%였지만 2019년 20.8%으로 상승했고, 뇌기능회복률의 경우 같은 기간 내 4%에서 6.7%로 올라섰다.  


해당 시범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시간 영상의료지도체계 구축 ▲구급차 다중출동 효과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업무범위 확대 등 안전에 관한 근거 축적이다.


이에 사업 초기 성과 및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변화, 2개 거점이 추가된 이후 성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심정지 환자 회복률과 사회경제적 편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관계기관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스마트의료지도 지역 확대 및 심정지 외 대상 질환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운영 내실화를 위해 24시간 대기 및 의료지도 행위의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업무수행에 대한 적절성 평가 및 환류체계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