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숙아 심장 질환 치료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수술 결정이 늦어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병원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측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환아 상태 변화에도 심장초음파 추적 검사와 수술 결정이 늦어졌고, 이 치료 지연이 뇌출혈 악화와 뇌손상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박정길)는 지난달 11일 동맥관개존증(PDA) 치료 과정에서 뇌손상이 발생했다며 환아와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 소재 A대학병원을 운영하는 B학교법인에 약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아는 재태연령 26주 3일, 체중 약 900g의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 C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동맥관개존증이 확인돼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동맥관개존증은 태아 시기 폐동맥과 대동맥을 연결하던 혈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는 상태로, 미숙아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동맥관이 계속 열려 있으면 폐로 혈류가 과도하게 흐르면서 심장 부담이 증가하고, 폐출혈이나 뇌출혈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환아는 치료 과정에서 복부 팽만과 장운동 저하 등 장 마비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C병원 의료진은 약물치료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고 환아는 이후 A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전원됐다.
A병원 전원 당시에도 동맥관개존증이 지속된 상태였고 입원 후 혈압 저하와 산소포화도 변동, 소변량 감소 등 전신상태 변화가 나타났다. 이후 시행된 심장초음파 검사에서는 동맥관 직경이 약 3㎜ 정도로 확인됐고 폐출혈 소견도 동반됐다.
소아심장과 협진에서는 열려 있는 동맥관을 묶어 막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환아는 이후 동맥관 결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뇌실 내 출혈이 발생했고 이후 검사에서도 뇌출혈로 인한 뇌손상이 확인됐다.
현재 환아는 전신 강직과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중증 경직성 뇌성마비 상태로, 일상생활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환아 측은 A병원 치료 과정에서 심장초음파 추적과 수술 결정이 늦어 뇌출혈이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9억1572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혈압 저하·복부팽만 등 상태 변화 관찰 소홀”
재판의 핵심 쟁점은 환아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의료진 경과 관찰과 치료 판단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환아는 A병원 입원 이후 이완기 혈압 저하와 산소포화도 변동이 나타났고, 이후 혈압 저하와 소변량 감소, 복부팽만 악화 등 상태 변화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런 변화가 동맥관개존증 악화와 연관된 임상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아의 병력과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하면 동맥관개존증 악화를 염두에 두고 임상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필요한 경우 심장초음파 검사를 자주 시행해 동맥관 크기 변화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환아에게 나타난 혈압 변동과 산소포화도 변화, 복부팽만 악화 등의 증상은 동맥관개존증 악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심장초음파 추적 검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수술적 치료 시점에 대해서도 의료진 판단이 적절했는지 검토했다. 소아심장과 협진 과정에서 수술적 결찰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실제 수술이 시행되기까지 일정 기간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치료 결정이 지연됐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환아에게 동맥관개존증 악화와 관련된 임상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한 상태 확인과 수술적 치료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치료 지연이 환아의 뇌출혈 악화와 뇌손상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동맥관개존증이 악화되면 폐순환 증가와 혈압 변동이 나타날 수 있고, 미숙아의 경우 이런 혈류 변화로 뇌출혈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환아가 초극소저체중 미숙아였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미숙아의 경우 자체적으로 뇌실 내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만큼 모든 손해가 의료진 과실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병원 책임을 전체 손해 30%로 제한했다. 법원은 환아의 향후 치료비와 개호비, 보조기구 비용, 일실수입 등을 종합해 손해액을 산정한 뒤 병원 측에 약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환아 측이 함께 주장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 전(前) 보호자에게 수술 목적과 방법, 합병증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고 보호자가 동의서에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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