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보건부 독립’ 필요성이 병원계를 중심으로 다시금 제기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한 전문적 판단과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만큼 현재의 보건복지부 직제 분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보건위생 △방역 △의료정책 △약무정책 △생활보호 △자활지원 △아동 △노인 △장애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말 그대로 ‘보건’과 ‘복지’가 혼재된 조직 구조다.
두 분야 업무 성격이 상이하고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분야가 모두 방대해서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실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주기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대응 역량은 늘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리나라는 방역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았으나 사태 장기화, 변이 바이러스 등장, 잦은 방역지침 변화 등으로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기형적 구조는 예산과 인력에서도 잘 나타난다. 예산 규모는 정부부처 중 상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대부분이 복지에 치우쳐 있다.
정부 총 예산 중 보건복지 예산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보건’과 ‘복지’ 업무를 하나의 부처에서 관할하고 있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예산 중 사회복지 예산은 무려 84.3%(69조5619억원)인데 반해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15.7%(12조965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오롯이 보건의료만 담당했던 시절도 있었다. 1949년부터 1955년까지 약 6년 동안 ‘보건부’라는 명칭으로 운영된 바 있다.
당시 보건부는 △국민보건 △위생 △의료정책 △방역 △약무정책 사무를 관장했지만 1955년부터는 △노동 △주택 △부녀문제를 담당하던 사회부와 통합된 ‘보건사회부’로 개편됐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가족부를 거쳐 다시금 오늘의 보건복지부가 되기까지 명칭만 다소 변경됐을 뿐 보건과 복지를 관장하는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직제는 세계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관련 정부 조직을 살펴보면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 절대다수인 21개국이 보건부를 독립적 정부조직으로 편제해 운영 중이다.
보건과 복지를 함께 관장토록 하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콜롬비아 △핀란드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8개국에 불과하다.
대한병원협회도 최근 각 정당에 전달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서를 통해 보건부 독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병협은 “전문적인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효율적인 정책 집행,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이제는 보건부 분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과 복지 업무의 전문성 보장을 보장하고, 국가 질병관리 역량 강화 및 효율적인 보건의료 행정을 위해서라도 새정부에서는 부처 직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