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저조 교수 서신 이어 법인카드 자제 '경고'
서울대병원, 작년 700억 적자 비상경영 압박…내달 개혁 등 청사진 공개 예정
2014.04.23 20:00 댓글쓰기

서울대병원(원장 오병희)이 올 초 진료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협조를 구한데 이어 일부 진료과를 대상으로는 법인카드 사용 자제까지 당부하는 등 비상경영 고삐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이례적으로 미래전략본부까지 출범시킨 서울대병원은 2013년 약 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위기감이 작용해서였을까. 오병희 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거품은 제거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해야한다”며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법인카드는 주요 보직자 및 각 진료과에 운영비 명목으로 주어지고 있다.

 

"진료과 운영비 일부 중단돼 연례행사 등 보류·취소" 

 

A 교수는 “법인카드 회수라기보다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카드 사용 한도 금액을 하향 조정하는 등 비용 절감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과의 경우 지난해 말 나와야 할 운영비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B 교수는 “과 차원에서 전공의 연차별 강의가 진행된다”면서 “1년에 최소한 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행사를 일단은 무기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예산 절감 차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병희 원장은 올 2월 장고 끝에 진료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에게 환자 진료에 좀 더 매진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직접 서신을 보낸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적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다 안팎의 의료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질 것이라는 점에 있다.

 

오 원장은 지난해에도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 직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비상경영 관련 메일을 보내고 비상경영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병원 경영에 있어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그 첫발로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C 교수는 “소통은 하지 않고 무조건 진료실적만을 기준으로 지나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교육과 연구라는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가지 잣대만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D 교수는 “개별적인 사정과 상황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언제부터 서울대병원이 양적인 부분만으로 교수들을 평가했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다른 한 편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경영 외에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오병희 원장의 경영 방향 및 진료실적 독려 방식이 비교적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 교수는 “오병희 원장을 비롯해 집행부에서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국립대병원이라는 고민까지 더해져 사실상 곤혹스러운 것은 평교수, 보직교수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료현장에 있는 교수들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문책성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본인이 임상과 교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5월이면 오병희 원장의 취임 1주년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미래전략본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대병원의 개혁 등을 포함한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본부 관계자는 “서울의대 교수와 그리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로서 정체성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며 “서울대병원이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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