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혼한 아내를 정신병원에 불법 입원시킨 전 남편의 범행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입원 과정이 불법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신질환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감금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법 상 공동감금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씨와 L씨에 대해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두 의사는 지난 2013년 1월 재산분할 문제로 아내 H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P씨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P씨는 협의이혼 후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나 H씨로부터 60억원의 재산 분할 소송을 당했다.
P씨는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H씨 집에 찾아가 양 팔을 묶은 뒤 응급이송차량에 태워 J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1심은 두 의사가 H씨를 입원시킨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해 공동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서 등을 제출받지 않아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는 인정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공동감금죄가 추가됐다. 2심은 “합리성이 의심되는 가족 진술에만 의존해 입원이 필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업무로 인한 정당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의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해 2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두 의사는 피해자를 직접 대면해 진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망상장애 등이 의심돼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라며 “정신질환의 경우에 지속 관찰, 특수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 입원을 고려할 수 있다. 정확히 진단해 치료할 의사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를 응급이송차량에 강제로 태워 옮기는데 가담하거나 공모하지 않은 이상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한편, 전 남편 P씨는 공동감금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H씨를 강제로 이송차량에 태우는데 가담한 아들도 징역 8월 실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