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약물 처방 의(醫)‧약(藥) 입장 '상반'
"부작용 관리위해 원내처방" vs "집에서 복용하면 만족도 높다"
2022.06.15 10:19 댓글쓰기

낙태죄 폐지 이후 사각지대에 놓인 임신부를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약물을 통한 임신 중단을 놓고 의약계가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약사회 측은 약물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고 임신부들이 복용 장소로 병원보다 집을 선호한다는 연구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의료계는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과다출혈 등 중증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인 만큼 원내처방을 통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영희 대한약사회 이사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임신중단 약물은 30여 년간 전 세계에서 효과성과 안전성, 경제성이 입증됐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2012년에는 권장 지침서를 발표하고, 약의 안전한 사용에 약사 역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유럽 다수 국가에서 허용 초기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약물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침습적 수술 방식보다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덜하고, 본인이 편하게 느끼는 장소에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소프리스톨을 가정에서 복용했을 때와 병원에서 복용했을 때 차이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중단 효과는 차이가 없었고 가정에서 약물 임신중단을 선택한 여성이 병원에서 약물 임신중단을 선택한 여성보다 만족도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 주장은 향후 임신중단 약물의 관리 주체가 약사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신중단 관련 법안이 자리잡고, 약물 임신중단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임신중단 약물이 의약분업 대상 약물에 포함돼 약사를 통해 약국에서 관리되고 집에서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재연 회장 "부작용 발생할 경우 중증으로 악화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의료계 입장은 다르다. 실제로 산부인과 측은 "임신중단 약물을 산부인과 전문의에 한해 처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의약분업 적용 제외 약물로 지정해 병원에서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약사회 김영희 이사 주장과 관련해서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약물 임신중단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작용 발생 시 책임질 수 있는 의료계가 처방 주체가 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임신중단 약물 투여 전에 임신부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진단과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 임신중단이 수술보다 덜하다고는 하지만 임신부 몸에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 부분은 누가 이득을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부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危害)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유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장 역시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제왕절개를 한 경우나 자궁 외 임신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임신중단 약물 복용에 따른 출혈이 훨씬 심할 수 있다. 자칫하면 위험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며 “만약 관리없이 집에서 약물을 복용했다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약사가 그 책임을 질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출혈이 심해 병원을 온다고 해도 이미 출혈이 발생한 상황에서 자궁 외 임신이었는지, 아니면 불완전 유산에 의한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환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셈이다.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임신중단 약물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주체가 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신중단 약물로는 미프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착상 탈락 유도제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 유도 기전의 ‘미소프리스톨’ 등이 있다. 국내서는 두 약의 복합제로 현대약품이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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