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의대 증원 정책 이후 이어진 의정 갈등 속에 소위 '내·외·산·소·응(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으로 불리는 5개 필수의료 학회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의 처참한 붕괴 실태를 고발했다.
의정사태 전후로 이어진 기피 현상은 물론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인력 공백이 교수(지도전문의) 줄사직과 번아웃으로 이어지며 비수도권 의료 인프라는 사실상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난 22일 대한의학회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는 5개 주요 학회(내·외·산·소·응급) 수련이사들이 모여 각 과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필수의료 소생 방안을 모색했다.
"전공의 0명"…수련병원 포기 '도미노' 현실화
5대 필수의료 학회는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련병원들이 교육 기능을 상실한 '식물 병원'으로 전락, 아예 수련 자격을 자진 반납하거나 평가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신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교수(중앙대병원 소청과)는 "전공의가 너무 오랫동안 없어 데이터를 제출해봤자 병원의 처참한 치부만 드러날 뿐이라며, 수련 실태조사 결과 제출 자체를 거부하는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현장의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윤 교수는 "현재 소청과 전공의는 정원 17.8%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내년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나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며 "현역 은퇴 후를 대체할 미래세대 양성이 불가능한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래 인력 '세부 분과 쏠림' 현상은 의료 생태계의 기형적 붕괴를 보여준다.
윤 교수는 "최근 5년 내 배출된 전문의의 50%가 비급여 시장인 '소아 내분비(성장 클리닉)'와 수가 가산이 있는 '신생아' 분과로 쏠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생명과 직결된 소아 심장, 신장 등은 전임의가 거의 없고 충북·제주 등 일부 지역은 해당 분과 전문의가 아예 '0명'이거나 단 '1명'뿐"이라며 "그 1명이 휴가라도 가면 해당 지역 중증 소아 진료는 즉시 마비되는 살얼음판"이라고 토로했다. 전임의 92.8%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은 지방 의료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내과 "겉보기엔 멀쩡…지방 국립대병원 줄사직"
그간 타 필수과에 비해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던 내과조차 "이미 붕괴는 시작됐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 전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내과)는 "수도권의 전공의 충원율만 보고 내과가 괜찮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며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하면서 수련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처참한 교수 이탈 현황을 공개했다. 그는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4명에서 10명이 나갔고, 혈액종양내과도 9명 중 3명만 남았다"며 "24명이 하던 일을 13명이, 9명이 하던 일을 3명이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환자 진료와 전공의 수련 모두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 주요 대학병원은 분과별로 20~30명의 교수가 있어 안정적인 수련이 가능하지만, 지방 대학병원은 고작 4~5명이 당직과 외래, 교육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양질의 내과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김 전 이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이 내과 몰락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검체검사 수탁 기관에 지급하는 비율을 높이고 의원 관리료를 폐지하려 한다"며 "이 경우 내과 개원가는 연간 3000만원에서 최대 6000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내과 전공의 복귀율 역시 지역 격차가 극심했다. 수도권 복귀율은 80%에 달했지만, 비수도권 1년차 전공의 복귀율은 40% 수준에 그쳐 향후 지방 내과 인력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외과 "충북·제주 전공의 '0명'…현실은 더욱 처참"
대표적인 기피과인 외과는 '전멸' 수준 수련 데이터와 함께 무너진 응급수술 인프라 민낯을 공개했다.
최동호 대한외과학회 교수(한양대병원 외과)는 "외과 수련 데이터는 처참하다 못해 소멸 단계"라며 "현재 충북과 제주 지역의 외과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는 '0명' 상태이며, 강원도 역시 6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내년 봄에는 외과 전공의가 전국적으로 아예 없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공의 대란 이후 심화된 인력난을 우려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전임의(펠로우)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 교수는 "전체 69개 수련병원 중 절반에 가까운 32곳은 전임의가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나마 있는 전임의조차 74%가 수도권에 쏠려 있어 지방 외과는 사실상 대가 끊겼다"고 지적했다.
의료 인력의 극심한 양극화도 수치로 증명됐다. 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외과 교수가 89명인 반면,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3명에 불과하다"며 "지방 중소병원 외과는 젊은 의사 유입 없이 고령화되고 있으며, 부족한 인력은 PA(진료지원인력)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인력 부족은 곧바로 진료 역량 저하로 이어졌다. 학회 조사 결과, 외과 간판을 걸고 있어도 소아외과를 비롯해 혈관외과, 장기이식, 중환자 등 필수 세부 분과를 모두 갖춘 병원은 69곳 중 단 5곳에 불과했다.
최 교수는 "응급 환자가 와도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한 병원은 50% 미만"이라며 "의료진 부족으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보내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외과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과 필수의료 지속 가능성을 위해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정교한 수가체계 ▲지도전문의 수당 확대 및 행정 지원 ▲지역 가산 및 인센티브 강화 ▲데이터 기반 정책 추진 등 4대 제안을 내놓으며 "정부 정책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고 비판했다.
응급의학과 "우린 교수가 아니라 교지던트"
김수진 대한응급의학회 수련이사(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을 지키는 교수들의 처참한 현실을 '교지던트(교수+레지던트)'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로 표현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가 사라진 응급실에서 교수들이 밤샘 당직과 1차 진료를 도맡으며 사실상 레지던트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50% 이상이 심각하게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의정사태 이후 KTAS 4-5등급(경증·비응급) 환자 수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현실을 언급하며, 이를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심정지, 패혈증, 중증 외상 등 생명과 직결된 KTAS 1-2등급 환자(전체 5~6%)를 살리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응급실에서 아무리 처치를 해도 배후 진료(수술·입원)를 담당할 타과 교수들이 줄어들어 '최종 치료'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응급실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닌 '소송 공포'였다. 김 이사는 "대동맥 박리 오진에 대한 형사 처벌과 최근 10억 원대 배상 판결 등을 보며 젊은의사들은 '응급실은 감옥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의정사태 이후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은 59.9%에 그쳤다.
김 이사는 "돌아온 전공의들조차 과거 업무량의 70% 수준만 원하고 있다"며 "사법리스크 완화와 혁신적인 수가 보상이 없다면 응급의료 체계는 회생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부인과 "대학병원도 붕괴…고위험 산모 '난민'"
홍순철 대한산부인과학회 수련제도TFT위원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은 "산부인과는 이제 분만 취약지 문제를 넘어, 상급종합병원 인프라 자체가 붕괴된 '난민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홍 위원장은 "어제도 새벽 3시까지 수술하고 3시간 잔 뒤 다시 수술방에 들어갔다. 수술 중에 119에서 '34주 임신중독증 산모 받아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받을 여력이 없어 거절했지만 '갈 곳이 없다'는 호소에 결국 받았다"며 "전공의가 없어 촉탁의 단 둘이서 1년 365일을 버티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산과 붕괴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홍 위원장은 "탄자니아의 모성사망비는 10만명당 525명이지만 한국은 8~10명 수준이다. 515명을 살려낸 공로는 사라지고, 불가항력적으로 사망한 8~10명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묻고 배상하라는 나라"라고 힐난했다.
그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발생한 6.5억원 배상 판결 등 의료진에게 100% 생존을 강요하며 수억, 수십억 원의 배상 책임을 지우는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분만 현장을 지킬 의사는 없다"며 "캐나다처럼 의료소송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없으면 산과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병원이 고위험 산모를 기피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수가구조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했다.
홍 위원장은 "고위험 산모는 24시간 태아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건강보험은 하루 30분 정도만 인정한다. 종일 태동 검사를 해도 청구할 수 있는 돈은 고작 3만원 수준"이라며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돈 안 되는 고위험 산모 퇴원 종용을 받는 현실"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임산부 가산 수가 신설과 함께 상급종합병원 산부인과에 적용되는 포괄수가제(DRG)를 폐지하고 행위별 수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제도적 해법으로 "과거 100~300병상 종합병원은 내·외·산·소 4개 과가 필수였으나, 기준이 완화(3개과)되면서 병원들이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퇴출시켰다"며 "이를 다시 4개 필수과 지정으로 원상 복귀시켜 무너진 지역 분만인프라를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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