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勢) 규합 안되는 의료계···올특위 유명무실
범의료협의체 기반 의정 대화 등 모색 실패···젊은의사 불참 '해체론' 대두
2024.07.15 07:48 댓글쓰기

의료계 목소리를 한데 모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응코자 출범했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가 힘을 잃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참으로 내실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올특위 안팎에서도 불만 제기를 넘어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목소리 기대했지만…한 달째 위원회 구성도 미완


지난 7월 13일 예정됐던 올특위 4차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4차 회의 연기 이유에 대해 "대부분 위원의 일정상 한번 쉬어가는 것"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일각에서는 올특위 내부적으로 사태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참으로 회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이번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올특위는 지난달 20일 의대 교수를 비롯해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을 포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표방하며 출범됐다. 이를 통해 의료계 투쟁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 의정간 협의가 진행될 경우 정부와의 대화 상대로 나설 계획이었다.


의료계 통합을 위해 올특위 위원장은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과 전공의 대표 등 3인 체제로 하고, 이외에도 의대 교수 3명, 전공의 3명, 의대생 1명 시도의사회장 2명, 의협 집행부 1명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범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SNS에 "대전협 비대위는 의협 대정부 요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며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달 22일과 29일 진행된 1‧2차 회의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이 이달 26일 집단휴진 투쟁을 제안했으나, 휴진 대신 전 직역의 의사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 유일한 결과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대생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마저 지난 2일 공식으로 올특위 불참을 선언하며 사실상 전체 의사의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포부는 물거품이 됐다.


올특위는 지난 6일 열린 3차 회의 후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 상황의 주체이며, 이들 참여 없이 어떤 대화 여지도 없다. 전공의 및 의대생과 올특위 구성, 목적, 방향 등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지속 참여를 설득했지만 여전히 젊은 의사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 올특위, 개원의‧교수 모두 답답


올특위 출범 후 한달 가까이 진척이 없자 의료계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올특위 관계자는 "회의 전에 안건들이 준비는 되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그 안건들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위원 구성조차 완료되지 않다 보니 애초 기대된 만큼 결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 상대의 투쟁에 적극 나섰던 교수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올특위 출범 후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개별 입장을 내놓지 않던 교수 단체들이 약 한 달 만에 다시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의대교수 단체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교육부와 복지부를 총동원해서 각종 조치들을 내놓고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 의료계는 바로바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들과 소통하는 교수들이 그래도 현장의 목소리를 더 순발력 있게 전달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이 지난 13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의협 집행부에 올특위 존재 의미를 재검토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특위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올특위 내부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올특위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전공의분들도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정책공모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의견을 잘 수렴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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