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씨 사건 후 달궈지는 '쇼닥터'
건강기능식품 등 허위·과장광고 심각…醫, 방통위 제소 포함 자정활동 강화
2015.01.05 20:09 댓글쓰기

사례 하나. 한국에 ‘해독주스’와 ‘유산균’ 열풍을 일으킨 A원장. 그에게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급기야 A원장의 스케줄은 벌서 2018년까지 다 찼다. A원장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내과 전문의 등이 최근 홈쇼핑에 나와서 유산균을 판매한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의 병을 연구하며 얻은 결과들입니다. 유산균은 위염, 위궤양, 변비, 소화불량,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 계통의 질병들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류머티스 관절염, 안구건조증, 우울증, 당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에 걸쳐 그 효과가 입증돼 있습니다.”


사례 둘. 지난해 8월, B원장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성초·자소엽·녹차를 이용해 만든 발모차와 발모팩을 탈모 치료 명약으로 소개한 이후 어성초가 아직까지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 이후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성초를 찾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어나자 어성초 가격은 10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대형마트와 인터넷에서는 어성초 티백, 샴푸, 비누, 헤어 토닉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례 셋. 고 신해철씨 사망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해도 스카이병원 K모 원장은 올 6월 모 TV 홈쇼핑 방송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직접 홍보하고, JTBC의 한 프로그램에 2011년부터 올 10월 말까지 고정 출연했다. 승승장구하며 인기를 얻은 그에게 불행이 엄습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이다.

 

사회적 논란 ‘쇼닥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홍보


‘쇼닥터’란 의사 신분으로 방송 등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말한다. 그런 쇼닥터가 최근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및 종편의 건강관련 예능 프로그램은 ‘비타민’, ‘건강토크쇼 맘스 닥터’, ‘체인지 라이프 닥터&스타’ ‘엄지의 제왕’, ‘황금알’, ‘닥터의 승부’, ‘내 몸 사용설명서’ 등 10여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SNS를 통해 관련 정보 역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고, 종합편성 TV 채널을 통해 건강 관련 정보 프로그램이 쉴새없이 반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종편 프로그램에는 의사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정보로 시청자들을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하면서 뜨거운 감자다.


일반인들은 “아무래도 의사가 나와서 말을 하니 믿음이 가기도 하고 그럼 한 번 사용해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반인은 “발모차나 발모팩 제조법을 정확히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이를 상품화시켜 마구잡이로 팔게 되면 탈모인들이 본의 아니게 머리가 안 나면 피해를 보는 거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송사 출연 대가 찬조금 심각


이처럼 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얘기하고 또 관련 제품도 함께 파는 의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 가수 신해철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 신해철씨를 수술한 K원장은 종편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비만 수술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한 바 있다. 한의사협회의 경우, 얼마 전 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인 것처럼 효과를 부풀려 소개한 한의사 3명에 대해 1년간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도 했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게 되면 인지도가 높아지니 환자들도 늘어나 수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일부 의사들은 돈과 유명세를 함께 얻게 되는 방송 출연 섭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지만 문제는 상당수 의사 출연자들이 방송사에 출연 대가로 찬조금을 낸다는 데 있다. 찬조금은 백 만 원대부터 천 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흥미까지 유발하다 보니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관련 정보들이 과장 왜곡되기 일쑤”라면서 “다소 황당한 주장이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지만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 많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 ‘쇼닥터 대응 TF’에 참여하고 있는 주영숙 의무이사는 “한 술 더 떠 비만 치료와 성형을 노골화하는 프로그램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며 “비만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 비만이라는 결과에 대한 무리한 접근으로 굉장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숨까지 앗아버리는 불행한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비일비재하다.


의협 “쇼닥터 의심 의사 2~3명 추가 조사”


그 가운데 의협은 최근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홈쇼핑이나 인터넷 등에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의사를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소했다. ‘쇼닥터’ 폐해가 바로잡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의협은 “방통위에 제소한 의사는 명백한 쇼닥터로 판단했다”면서 “쇼닥터로 활동하는 2∼3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의협이 파악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각양각색이다. 의협이 명백한 쇼닥터로 간주, 방통위 제소를 결정한 사례는 종편 채널 의학프로그램에 출연해 발모차와 발모팩, 발모밥을 먹었을 때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한 경우다.


어성초를 이용한 발모차 등 제조법을 소개한 의사는 방송에서 얻은 지명도를 통해 공동 개발했다는 발모차와 발모팩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해 들어 TV홈쇼핑에 출연해 건강보조식품 효능을 과장 방송하는 등의 이유로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은 의사도 있다.


이에 의협은 ▲출연료를 내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의사들이 방송을 출연할 때 신중할 수 있도록 엄정한 기준을 만들방침이다.


의협 입장에선 명예나 품위 훼손에 해당되기 때문에 회원 자격 정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주 이사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한 곳에 대한 실상을 공개할 방침”이라면서 “관련 학회 및 개원의사회로부터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쇼닥터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이사는 “더 이상은 무방비하게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게 의협의 판단”이라면서 “성형 수술관련 프로그램인 ‘렛미인’ 등의 경우도 사실 위험성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다. 방송국의 행태도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 이사는 “같은 의사들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결코 마녀사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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