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재회 복지부-의협, 성과 도출 가능할까
'실질적 합의안 이끌어 내도록 전력' vs '투쟁 위한 투쟁 지양'
2019.12.31 05:38 댓글쓰기

1년여 만에 정부와 의료계가 보건의료 관련 현안에 대해 발전적인 정책 모색을 위한 공식 협상을 재개했다.

수가 산정기준의 합리적 개선안을 우선 논의키로 한데다 협의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을 약속하면서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1월 13일 오후 어린이집안전공제회 회의실에서 ‘의정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9월 11일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의정협의체 재개 필요성에 공감해 이를 구성, 운영키로 합의하면서 열리게 됐다.

박홍준 부회장(의협 단장)은 “의정협의 최대 관건은 정부 의지로 첫 단추가 잘 꿰진다면 더욱 협의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상호 진심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정협의가 새롭게 시작된 점을 고려해 협의체 운영 계획 및 그간 양측이 제시한 논의 안건 범위와 우선순위 등을 정하는데 주안점을 두면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양측은 수가산정 기준 등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먼저 논의키로 합의했다. 또 국민과 의료인 모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방안도 협의키로 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매진하는 의료인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무자격자 의료행위 근절, 전문가 평가제 등 의료인 면허관리 내실화와 함께 의료기관 내 안전강화 방안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상호 협력하고 보건의료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의료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복지부 단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 개선 대책과 해결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활발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대화 재개 의료계 투쟁 로드맵 손질 불가피
의협은 지난해 10월 25일 의정 협상을 열어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복지부는 두 가지 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협은 협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의협은 투쟁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의협과 복지부의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그동안 준비해온 의료계 투쟁 로드맵에 변화가 예상된다.

의료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하면서 금년 2월부터 냉각기를 가져온 의정 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대규모 집단행동을 준비하던 의료계 입장에서는 투쟁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데다 갑작스러운 대화 재개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한 의협 전직 임원은 “태세 전환은 곧 항복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며 “복지부에 대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최 회장의 전략이 어떤 성과물도 얻지 못하니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투쟁이든 집단행동이든 대화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투쟁 로드맵 변경은 고민하고 있다. 투쟁을 위한 투쟁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을 이끌 협상단에는 의협은 박홍준 부회장을 단장으로 연준흠 보험이사가 간사를 맡았다.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 김대하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가 위원직을 담당한다.

여기에 강대식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과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자문위원으로서 의정협의체를 측면 지원한다.

박 대변인은 “이전 의정협상은 우리가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느라 적정 수가 등에 대해선 논의를 못했다”면서 “의쟁투 4대 목표와 15개 세부목표가 한 번씩은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예비회의에서 단기 및 중장기 아젠다를 분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醫, 협의체 파기 단초된 ‘진찰료 30% 요구안’ 수정
재개된 의정협의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의협은 기존 진찰료 30%를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초재진 진찰료 산정기준 등 합리적인 수가기준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11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2차례의 비공식적 회담을 가졌다. 3차 회의는 12월 중순경 열릴 예정이다.

의협의 아젠다는 ▲건강한 의료제도 정립 ▲모두에게 안전한 병·의원 ▲최선의 진료보장 ▲기본 국민생명권 보호 등 의쟁투 4대 목표 및 이에 따른 15개 세부목표로, 의정은 단기 및 중장기로 분류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한 번에 모든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는 협상은 아니”라며 “의협과 복지부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첫 단추가 잘 풀리게 되면 지속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 의협은 진전된 협의를 위해 진찰료 30% 인상 카드는 내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초재진 진찰료 산정기준 등 수가기준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발 양보 이번 협의에선 합리적인 수가기준 개선을 비롯해 무면허 의료행위 방지, 진료실 폭행 및 진단서 허위작성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게 된다.

수가 기준 개선을 통해 진찰료 초재진 산정기준 개선 등 수가 기준 고시에 대한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명확히 하게 된다. 이는 의정협의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 대변인은 “진찰료 30% 인상 대신, 합리적인 수가기준 개선을 협의하다 보면 진찰료 인상 논의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단순 만남 무의미, 결론 내겠다” 의지
협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명확치 않은 성과가 나올 경우 의협이 일방적으로 의정협의 파기 선언과 대정부 투쟁에 나섰던 전례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협은 12월까지 시한을 정해 놓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협의를 파기하고 다시 총파업 등 투쟁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원의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한 의료계 인사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을 먼저 마시고 떡 주지 않는다고 투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협상 기한이 임박했는데 의협이 복지부와 몇 번이나 만나 협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해묵은 과제들이 한 달 사이에 결론이 나올지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가시적 성과가 회원이 납득할 수준의 성과라고 하는데 매우 추상적”이라며 “의협 회원 중 협상의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는 회원들이 있을 수 있고, 만족하지 않는 회원들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협이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총파업 등 투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에 대해 복지부는 “의협이 결과를 정해 놓고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파업하겠다는 것 보다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복지부 입장에선 충분히 신뢰를 쌓을 정도로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현재 합리적인 수가 기준 개선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의 논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복지부로서도 의료현안에 대해 보여주기식 협상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정 대화는 의료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제는 단순히 만나는 것만으로는 의미 없는만큼 어떤 방식으로건 결론을 내려 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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