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지도전문의 역할을 수련환경 평가지표에 명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울러 수련병원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입체적인' 수련환경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전공의를 어떻게 수련에 집중하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료현안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처는 "우리나라는 전공의법이라는 법령상 보호제도와 수련기관 평가 시스템을 두고 있지만 실제 수련환경 및 교육, 인권·안전 보장이 미흡하고 실질적 현장 개선은 계속 과제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열악한 수련환경은 최근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사처가 인용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의 제1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53.1%가 주 72시간 이상, 27.8%가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3.3%는 주 104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조사처가 판단한 현재 전공의 수련환경 구조적 한계는 ▲전공의가 업무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는 특성 ▲지원인력 부족 ▲수련 질 평가 미흡 ▲이중 신분으로 인한 관리의 어려움 등이다.
이 한계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전공의가 여전히 업무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면서 진료 보조·반복적 업무에 치우친 수련이 이뤄지고 있어 교육생으로서 수련보다는 병원 인력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수련기관 전문의·간호사·의료기사 등 지원 인력이 부족해 법정 수련시간을 준수하면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조사처는 "수련환경 평가·관리 거버넌스 독립성과 실효성이 부족해 현행 평가는 병원 인프라 등 외형적 요소 평가에 집중돼 있고 지도전문의 역할 및 체계화된 교육 여부, 현장중심 피드백 등이 평가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는 피교육생이면서 동시에 병원 필수노동자인 이중 신분으로 상습적 장시간 근무, 저임금, 의료사고 및 분쟁에 대한 과도한 책임부담이 계속되고 병원별로 교육·근무 강도 격차가 커 실효적 관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올해 전공의법 개정으로 인해 내년부터 시행될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단순 시간 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도 제기된다.
입원환자 진료 연속성 훼손,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 주야간 교대에 따른 추가 인력 필요, 전공의 교육 질 확보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해 병동 운영 시스템 재설계가 병행돼야 하기 떄문이다.
"수련시간 단축, 인력 공백 확대로 연계되면 안되고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이에 조사처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대안으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일괄 축소하기보다는 4시간 또는 8시간 단위로 단계적인 감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단순히 수련시간 단축이 인력공백을 늘리는 일로만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사처는 "근로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통해 영향과 대체 인력 수요를 점검해야 한다"며 "병동 의사 인력기준을 강화하고,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 조정·통폐합을 통해 수련병원과 수련인력을 구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공의 연속근무에 따른 과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문의 추가 채용 촉진, 입원·야간진료 구조에 맞춘 수가 체계 개편, 전문의 중심 입원진료체계 전환 등 종합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전문의 교육·감독 역할을 수련환경평가 지표에 명시화해 지표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게 조사처 의견이다. 조사처는 "책임지도전문의 역할과 의무를 법률상 명확히 규정하고 지도전문의 체계 전반을 개선하며 보상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수련환경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나 페널티가 실질적 효과를 갖도록 하고, 이동수련 등 제재가 발생했을 때 전공의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국가의 행정·재정 지원 필요성도 조사처는 강조했다. 수련 비용을 수련기관에만 전가한 상태에서 법 준수를 요구하면 병원은 인건비·경영 부담을 우선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사처는 "수련환경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전공의 및 지도전문의 인건비 지원, 전문과목별 수련 프로그램 개발비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필수의료·고위험 진료과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범주의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원칙적으로 면제하고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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