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죽어도 면역세포에 흔적을 남긴다
기초과학연구원 "C형 간염 치료 후에도 염증성 질환 재발 우려"
2024.07.09 19:58 댓글쓰기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신의철 센터장 연구팀은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죽어도 환자의 면역세포에는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혈액이나 체액 전파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간경화나 간암 등 합병증을 초래한다.


우수한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완치율이 100%에 근접해졌지만, 치료 후에도 환자 면역체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연구팀이 만성 C형 간염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뒤 항바이러스 치료 후 '조절T세포'(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세포)의 상태를 비교한 결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초 혈액 속 조절 T세포가 많아지는데 바이러스를 제거한 뒤에도 많은 수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RNA 염기서열분석으로 살펴본 결과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신체 면역 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 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 생산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조절 T세포의 염증성 특성이 완치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공동 제1 저자인 김소영 연구원은 "C형 간염 치료 후에도 조절 T세포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분자 수준에서 바이러스가 남긴 '면역 흉터'를 명확히 그려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염증성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따라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완치된 이후에도 염증성 질환이 생기기 쉬울 것으로 추정한다.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환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신의철 센터장은 "다른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유사한 후성유전학적 흔적이 남아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코로나19 감염 후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에 대해서도 조절 T세포 흔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지난달 13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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