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 인프라 심각, 의사도 병원도 기피"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거점치료센터 지정 등 국가적 관심" 촉구
2024.06.21 11:42 댓글쓰기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구교윤 기자

"한국은 3분 안에 진료를 끝내야 하기에 의사가 인상을 안쓰면 다행입니다. 환자 질문에 대답을 해줘도 다행입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2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에서 말한 대한민국 뇌전증 치료 현주소다. 


이날 홍승봉 회장은 36만 명에 달하는 국내 뇌전증 환자 치료를 위해 '포괄적 뇌전증 치료(Comprehensive Epilepsy Care)'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뇌전증 환자 36만명…이중 10만 명은 약물치료도 불가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서 반복적으로 신체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홍승봉 회장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으로 소아청소년 환자가 14%, 성인환자가 86%다. 


특히 이중 10만 명에 달하는 30% 정도는 여러 약물을 투여해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해당한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돌연사율은 일반인 20~30배, 14년 장기 생존율은 50%로 매우 낮다.


중증 난치성 뇌전증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돌연사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14년 장기 생존율이 90%로 높아진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병원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최고난도 수행 중증치료센터 확대 필요


홍승봉 회장은 뇌전증 치료 발전을 위해서는 '포괄적 뇌전증 치료(Comprehensive Epilepsy Care)'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뇌전증 치료'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편견, 차별, 학교·취업문제에 대한 사회복지·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치료를 말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충분한 진료시간(30~60분)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인력 지원으로 이미 포괄적 뇌전증 치료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짧은 진료시간(3~5분)과 뇌전증 코디네이터(뇌전증 관리 수련을 받은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부재로 포괄적 뇌전증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뇌전증지원센터가 '뇌전증도움전화'를 통해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문적인 의료, 사회복지, 심리, 법률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홍승봉 회장은 "대부분 한국 의사들은 포괄적 뇌전증 치료 개념과 중요성을 모른다"며 "환자에게 뇌전증 도움 전화도 안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 지역에 레벨-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최고 난도 수술이 가능한 '레벨-4 기관'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는 이를 만족하는 병원이 무려 260곳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28개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을 지정하고 전국 어디서나 뇌전증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향후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을 49개까지 확대 지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에서도 전국 6개밖에 없는 레벨-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 국가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며 이들 국가처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게 홍 회장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꿈도 못꾸는 뇌전증 치료를 일본에서는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뇌전증 환자들이 질병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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