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현행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의학적 전문성이 존중받는 '이상적인 의료계' 조성을 촉구했다.

"정해진 재정 틀에 맞춰 기준·삭감 도출하는 역전된 구조"

한 회장은 12일 대한의학회 E-NEWSLETTER 기고문을 통해 "재정적 논리가 아닌 의학적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현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경고했다.

한 회장은 현재 건강보험 제도가 근거중심의학(EBM)에 기반 명확한 진료 기준을 수립한 뒤 재정을 계획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재정 틀에 맞춰 기준과 삭감을 도출하는 '역전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정작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가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저 수준 의 수가 문제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지목했다. 한 회장은 낮은 수가는 국제 의료기기 공급망에서 대한민국이 우선 순위가 밀리는 구조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그는 "심장 혈관 스텐트 등 첨단 분야에서 선진국 표준인 최신 재료가 수가 문제로 도입되지 못하고, 일부 국가에서 사용 중단된 재료가 활용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이는 환자 안전과 치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현 시스템이 '저비용 고효율' 기적 달성했지만 지속 불가능한 한계점 도달"

한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저렴하면서도 질(質) 좋은 의료'라는 세계적 찬사를 받는 이면에는 젊은의사들 희생과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스템이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기적을 달성했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젊은 전공의들이 강력히 호소하는 것은 '소신 있는 진료 환경' 확보"라며 "대학에서 배운 과학적 근거를 환자에게 최선의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료인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다음 세대 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들이 좌절하고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실 수준에 이상을 낮추기보다는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고 현실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젊은 의사들의 소신있는 진료가 존중받는 이상적인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모두의 관심과 연대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