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찾는 전공의 기피과···'응급의학과' 벤치마킹
2021.12.20 18:0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수첩] 올해도 어김없이 기피과들의 인력 수급난이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특히 대표적인 기피과인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195명 정원에 48명이 지원했다. 56개 병원이 1년 차 레지던트 모집에 나섰지만 한 명이라도 모집에 성공한 병원은 17개에 불과했다.

또 다른 기피과인 산부인과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원 156명에 지원자는 98명, 경쟁률은 0.63대 1이었다.  53개 병원이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서가 접수된 병원은 35곳에 그쳤다.

혹자는 인구 감소에 따른 비관적 전망이 빚어낸 결과라고 해석한다.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분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000~2020년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서울 출생아 수는 64.3% 감소해 사실상 신생아 수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꼭 진료과 인기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례를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방의학과는 코로나19로 관심을 받았던 전문과목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서울의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병원과 의대에서 지원자가 전무했다. 사회적 관심이 꼭 해당 분과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수가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부인과는 심각한 저수가로 병원들마저 문을 닫는 상황이 속출하는데 전공의가 지원할리 만무하다고 일갈한다.

소아청소년과 또한 그동안 부족한 수가를 많은 환자를 보는 박리다매식으로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물론 수가 개선도 최대한 빠르게 개선해야 할 필수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전공의 기피 문제를 수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수가 현실화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 개선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놓후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또 다른 퍼즐 한 조각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퍼즐 조각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최근 기피과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응급의학과’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응급의학과는 의료진의 업무강도가 높고 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대포적인 기피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보다 전공의 모집률과 전문의 배출 숫자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올해 전공의 모집만 봐도 달라진 점을 알 수 있다. 올해 응급의학과는 58개 기관에서 159명 정원을 뽑았는데 지원자가 142명에 이르러 경쟁률은 0.89였다.

1명 이상 전공의 모집에 성공한 병원도 54개에 이른다. 과거 대표적인 기피과로 분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괄목상대'다.
 
이 처럼 응급의료가 기피과 이미지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대해 보건의료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덕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통과 이후 응급의료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 10여년 간 정부 주도 아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08년 16개에서 38개로 대폭 늘어났고, 지역응급의료센터도 105개에서 124개로 증설됐다. 
 
응급의료기금도 꾸준히 투입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 이듬해인 1995년 설치된 응급의료기금은 2002년부터는 관리 주체가 복지부로 변경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비록 일몰조항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그동안 꾸준히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최소한 내년까지는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응급의료 운영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고 지자체 예산도 함께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응급의료체계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역간 격차가 언급되는 만큼 향후 지자체 예산 투입에 따른 응급의료 투자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성과로 나왔다. 코로나19로 응급실 방문이 줄어든 지난해를 제외하면 국내 심정지 환자들의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2006년에는 생존퇴원 2.3%, 뇌기능 회복 0.6% 수준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각각 7.6%, 4.2%로 크게 증가했다. 투자가 늘어나고 응급의료 전문인력 지원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선순환적 결과다.
 
결국 해결책은 단순명료하다. 바로 ‘지원’이다. 정부가 진정 필수과목 기피 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응급의료와 마찬가지로 필수과목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법률을 제정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등 현재와 미래 의료인들이 비전을 느낄 만한 방책을 지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체질 개선까지 완성하려면 수가 개선도 필수 불가결이다. 하지만 지금은 급한 불 먼저 끌 필요가 있다. 
 
의료계 현장에서 항상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평범하지만 진리에 가깝다. “의료환경을 끌어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제는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 인프라 붕괴 사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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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군 12.22 17:23
    위의 과객 선생님이 잘 지적해주신 것 같네요. 지금 병원에서 제일 급한 곳이 감염내과병동, 호흡기내과병동, 중환자실입니다. 코로나 확산세로 예방의학 지원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은 아마 기자님 상식선의 내용일 것입니다. 근처병원만 방문해봐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인데... 참 아쉽네요.
  • 질문 12.21 11:49
    응급의학과는 지난해까지 최근 몇년간 전공의 지원율이 1을 넘지 않았었나요? 이번에 0.89면 지원율이 떨어진거 아닌가 해서요.
  • 과객 12.21 09:04
    기자분께.

    기분 나쁘게 듣지마시고 고언이라고 생각하세요.

    코로나가 엄중 함에도 예방의학 지원자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맥락의 글을 쓰셨습니다.

    1. 예방의학 지원자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에 입각한 기사겠지요.

    2. 코로나가 엄중 함에도 예방의학 지원자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표현은 잘못 판단된 기대심리가 표출된 것입니다. 다시말해 코로나와 같은 유행병이 창궐할 때면 예방의학자가 뭔가 앞서서 해결점을 갖고 있어야하고, 역할의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확신하고 쓴 글이군요. 이것은 사실과 왜곡을 뒤썪어 놓은 글입니다.

    정부의 코로나 정책이 실패한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예방의학(정확하게 말하면 진정한 예방의학자도 아니면서 예방의학자를 표방하는 인사들 혹은 세부전공이 전혀 아닌 사람들)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이 몰고온 분추경리(奔趨競利)적 행위 입니다.

    향후 감염병이 걱정이되면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양성해야할 분야의 전문가는 당연히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 등 실질적인 분야의 인력이 확충되어야 겠지요. 그리고 정부정책은 이 전문가들의 취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수립되어야 합니다.

    전문지 기자로서의 연륜이 어느정도 이신지 모르겠지만 이런 정도의 방향성은 갖고 있으셔야 전문지 기자로서의 면모가 서는 것 입니다.

    허기야 지방파 방송이나 그 이외의 언론에서도 뭐가뭔지 모르고, 콩인지 팥인지 모르고 날뛰는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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