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콜마)가 고래(CJ헬스케어) 잡은 제약계 '이변'
'승자의 저주 안되게 재정 건전성·조직 융합·사업영역 관리 등 필요' 제기
2018.02.22 06:00 댓글쓰기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한다.

자신보다 덩치가 더 훨씬 큰 제약기업을 품기에 소위 새우가 고래를 잡는 대박이 가능하지만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재정, 조직 및 직원, 사업 영역 등 3가지 요인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증권 및 M&A 전문가들이 제안했다.
 

한국콜마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1조3100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5208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 10위권이다. 반면 한국콜마의 작년 매출은 8216억원으로, 이 가운데 제약 부문은 1900억원 가량이다.
 

따라서 이번 합병으로 한국콜마는 제약 부문의 매출을 7000억원대로 키우는 동시에 기존 화장품 중심에서 제약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순위가 뒤바뀔 정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지만, 인수합병 성공을 위해 남은 과제가 많다. 소위 '승자의 저주'를 가져올 변수를 찾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자금조달에 따른 재무건전성 부담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1조3100억원의 인수가에 대한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된 데다 한국콜마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차입과 투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마 자체 마련 3200~3300억 유력-CJ그룹 1000억 이상 추가 이익설
 

실제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한국콜마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3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인수대금의 절반 정도는 빌리고 나머지는 컨소시엄에 동참한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와 H&Q코리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콜마가 자체적으로 동원한 자금은 3200억~330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CJ 그룹은 이번 매각에서 마지노선으로 최대 1조2000억원 정도의 카드를 갖고 있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한국콜마가 경쟁자측의 예상가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컨소시엄 참여 사모펀드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도 상당하며, 시중금리마저 인상될 예정이어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서영화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진행되지만, 재무적 부담 요인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휠라코리아가 아큐시네트를 인수했던 방식의 인수금융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데, 한국콜마는 일정 기간  사모펀드에 확정 이자(휠라코리아의 경우 연8%)를 지급하고, 매년 사모펀드의 지분을 매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가야 할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피인수기업 실적 연결에 따른 전사 순이익 증가효과는 실제 CJ헬스케어 순이익의 절반 이하일 것”이라며 “연간 이자비용이 최소 3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순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한 두 회사의 직원 및 조직 융합 여부도 인수합병의 성공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콜마는 윤동한 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조직 문화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면, CJ헬스케어는 자율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조직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의 문화가 융합될 수 있고 향후 한국콜마에서 CJ헬스케어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매각 대상이 되는 CJ헬스케어는 내부적으로 매우 뒤숭숭한 분위기다. CJ그룹에서 하루 아침에 소속 회사가 바뀌다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조건에 CJ헬스케어 직원의 고용승계와 함께 독립경영체제 유지 보장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원만한 인수합병을 위해 유예기간을 갖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안 두 회사가 '따로 또 같이' 형태로 운영되기에 직원과 조직 간 불협화음 이슈가 초기에는 불거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조직 통합 및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비용을 치르고 사들인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가 제대로 품지 못하면 이번 딜은 낭비로 귀결, '승자의 저주' 굴레에 빠질 수 있으므로, 조직 운영 관련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외형 확대를 위해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경우 기존 사업과 부딪히거나 중복되는 측면이 없는지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일각에서 제기했다.
 

현재 콜마그룹은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아래 한국콜마, 콜마파마가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다른 제약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콜마는 1990년 설립돼,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제약사업 진출을 위해 2002년 제약 공장을 짓고 의약품 복제약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제약사업의 외형 확대를 위해 2012년 제약사 비알엔사이언스를 인수하고, 사명을 '콜마파마'로 변경했다. 이번에 매각된 CJ헬스케어는 한국콜마에 속한다.

이에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 콜마파마가 추진하는 사업영역에 대한 검토 및 정리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콜마 관계자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콜마파마와 함께 이번에 CJ헬스케어도 인수했다"며 "모두 제약사업을 하지만 치료제 종류가 겹치지 않아 사업영역 중복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연구원도 "CJ헬스케어 인수로 내용고형제, 연고제 중심의 콜마그룹의 제약 CMO사업이 바이러스 백신, 수액제제, 항암제까지 아우르는 R&D 포트폴리오 확보를 통해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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