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메드·셀트리온헬스케어·JW중외, 각자대표 체제 전환
삼천당·신신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사 'CEO 책임경영' 변화
2018.06.01 05:43 댓글쓰기

최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전문성이 중요한 제약업계 특성과 의사 결정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바이로메드, 셀트리온헬스케어, JW중외제약,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등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이들 중에는 경영체제 자체를 변경한 회사도 있고, 인물만 교체한 곳도 있다.

각자대표 체제는 2인 이상의 대표가 각자 회사를 위해 단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이다. 이와 달리 공동대표 체제는 2인 이상의 대표들이 모두 합의해야만 효력이 생긴다.

전원 합의가 필요하기에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이 길지만 방만한 경영을 막을 수 있는 공동대표 체제와 대조적으로 각자대표는 각자 독립된 권한을 가져 신속한 의사결정은 가능하지만 권한을 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 가운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무의 복잡성이 증가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이로메드, 셀트리온헬스케어, JW중외제약 등은 이 같은 연유로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사례다. 

바이로메드는 최대주주인 김선영 연구개발센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 기존 김용수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김선영 대표는 연구개발 경력을 살려 R&D 부문을 총괄하고, 김용수 대표는 회사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관장한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미국 임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신약 허가신청,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 등에 주력한다.  

김선영 대표이사는 "바이로메드는 15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면서 "임상시험 완료, 시판허가, 생산시설 확보와 같은 당면 과제는 물론, 신개념 통증치료제의 등장에 따른 시장의 교육 등 도전적 이슈들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김형기 대표를 신규 선임함으로써 김만훈 단독대표 체제에서 김만훈·김형기 각자대표 체제로 바꿨다. 

'해외 영업통'으로 불리는 김만훈 대표가 해외 법인 설립, 해외 영업 및 마케팅 활동 등을 총괄하고, 창립 멤버이기도 한 김형기 대표는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는다.

JW중외제약은 한성권-신영섭 각자대표 체제에서 전재광-신영섭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책임 경영에 고삐를 당겼다. 각 분야별 핵심경쟁력을 강화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효율성이 높은 R&D 기획 및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인 전재광 대표를 전진 배치했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신영섭 대표는 1988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해 영업지점장, 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영업전선을 누볐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부문을 총괄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더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 더 많고, 시장환경도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대표를 2인 이상으로 선임해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업, R&D, 재무 등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 생산성 향상 및 분야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업무영역이 달라 대표 간에 권한이 부딪히는 일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너일가 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제약사들도 있다. 혈연으로 묶여 있어 강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예측가능한 경영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윤대인·박전교 각자 대표 체제에서 윤대인·전인석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신규 선임된 전인석 대표는 윤대인 회장의 장녀인 윤은화씨 남편이다.

전 신임 대표는 2014년 7월 삼천당제약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을 맡다가 올해부터 대표직을 맡아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신신제약도 이병기 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이영수, 김한기, 이병기 3명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병기 대표는 창업주 이영수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5년간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직을 역임했다. 그동안 경영 일선은 이영수 회장의 사위인 김한기 부회장이 맡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내년 60주년 기념을 앞두고 '기술력 강한 회사'로 변모를 꾀하는 신신제약의 미래를 위해 이병기 씨가 대표로 등판했다. 그의 전공인 '생산과 IT 접목' 능력을 바탕으로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중 상당수가 오너 경영체제이기 때문에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도 방만한 경영, 의견 대립 등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며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의사결정이 어려운 공동대표 체제 대신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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