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중단, 실패 아닌 과정'
2020.10.19 18:1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코로나19 백싱 및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개발 중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자네카는 8일, 미국계 제약사 존슨앤존슨(J&J)는 12일, 일라이 릴리는 이틀 뒤인 14일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이 임상 3상을 멈춘 이유는 모두 원인 불명의 안전성 문제였다. 

단일클론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일라이 릴리 관계자는 "독립 규제기관 데이터·안전성 감독위원회(DSMB)의 시험 일시 중지 권고를 수용,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J&J도 마찬가지다.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부작용 의심사례가 나타나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J&J는 경쟁사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냉동 보관할 필요가 없고, 2회가 아닌 1회만 접종하면 되는 편리함과 코로나19 환자 6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기대를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하던 백신 임상시험이 원인 미상의 질환 발견으로 중단됐다가 나흘만에 재개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먹고 사는 주가는 임상 중단 소식이 터질 때마다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업계는 주가 변동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늘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은 탓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역사를 보면 후보물질 도출에서 출시까지 성공할 확률은 단 0.02%에 불과하다. 

상품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번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이어 '스톱'을 외친 것도 모두 임상 3상 단계였다.

그러나 임상 과정에서의 실패가 곧 상업화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잘못된 임상 디자인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 도출'과 '해결책'을 찾는 일련의 과정에서 신약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축적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제약산업의 이 같은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임상 과정에서의 실패를 무조건 '위험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

실패에 관대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회피 대상으로 본다. 물론 과거에 비해 실패를 용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질타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약산업이 인류 건강 증진 및 미래 성장동력보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기 위한 도박처럼 여기는 풍토가 한 몫한다. 판돈이 워낙 크다보니 작은 실수도 눈덩이 같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장기적 이익보다 단기적 이익에 몰두해 오히려 산업 전체의 신뢰도와 이익을 해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제대로 신약 개발을 하는 것보다 이슈를 만들고 홍보하는게 더 중요하다 보니 실패를 반복하며 임상시험을 하고, 투자하는 업체들이 저평가되는 어이없는 현실이 연출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이란 황금알을 낳으려면 인내심을 갖고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 실패와 위기를 자양분 삼아 탄생하는 신약이란 값진 열매는 거위 배를 가른다고 해서 얻을 수 없다. 

이것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과정에서 좌절을 거듭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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