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를 사용해 진행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 3상이 실패했다.
최근 헬릭스미스 새 주인이 된 바이오솔루는 "헬릭스미스에 투자할 때 엔젠시스 DPN 임상의 성공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엔젠시스(VM202)를 사용해 진행한 DPN(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시험 3상(3-2와 3-2b)의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DPN 임상 3상은 첫 주사 후 180일째 혹은 365일째 주평가지표를 분석하는 3-2와 3-2b 두 개 연구로 나눠 진행됐다.
주평가지표는 첫 투약일을 기준으로 각각 180일째와 365일째, 7일 간 일평균 통증수치(ADPS: average daily pain score)를 위약군과 대비해 차이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 톱라인 데이터 분석에서 엔젠시스 투약군이 위약군 대비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 두 번의 이중맹검 위약군 대조 임상시험과는 다른 결과다. 지난 임상 2상과 임상 3상(3-1b)에서는 위약군 대비 엔젠시스군의 효과가 컸다. 통증감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됐으며 프리가발린 혹은 가바펜틴과 같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들에서는 특히 효과가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임상은 프리가발린 혹은 가바펜틴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만 대상으로 했고, 전자(electronic) 통증일지를 사용하는 등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설계 요소들이 도입됐다.
다만 헬릭스미스는 "톱라인 데이터는 평가지표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만 분석한 결과"라며 "향후 최소 2개월 간 2차지표 및 탐색지표, 서브그룹에 대한 분석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로 헬릭스미스 임상 개발 및 투자전략에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미국 임상 단계에 있는 DPN과 족부궤양 중, 족부궤양 임상 개발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DPN 임상은 헬릭스미스가 자체적으로 수행했고, 중국에서 진행되는 CLI (중증하지허혈: 족부궤양의 극단적 형태) 임상 3상은 헬릭스미스의 중국 파트너사인 노스랜드 바이오텍이 진행하고 있다. 노스랜드 측은 2024년 중 해당 임상시험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CSO(전략총괄)는 "진도가 가장 앞서 가던 질환에서 이런 결과를 얻어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며 "이번 임상 3상의 데이터 양이 방대하므로 결과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두번째 타깃 질환인 족부궤양(CLI)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 그간의 모든 임상 결과를 정리해 새로운 경영진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엔젠시스 개발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가 된 바이오솔루션의 정지욱 부사장은 "바이오솔루션이 헬릭스미스에 투자할 때 엔젠시스 DPN 임상의 성공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투자 최대 목적은 헬릭스미스가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지적재산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를 통해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DPN'이라는 고착된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돼 다른 사업을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헬릭스미스 주가는 폭락했다. 3일 종가 기준 헬릭스미스 주가는 42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9.98% 급락, 하한가를 기록했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바이오솔루션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1일 5600원을 기록하고, 같은 달 28일 6170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 갔으나 임상 실패로 인해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4000원 대로 주저앉았다.
한편, 바이오솔루션은 지난달 365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헬릭스미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