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심사 기능 강화 등 역할 재정립"
김 이사장은 "국내 약제비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의료인에게 돌아갈 몫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지불제도 개편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지금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건보공단과 의사단체의 계속되는 갈등에 대해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어떻게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건보공단의 심사기능 강화 등 역할 재정립에 대한 전문 언론의 관심과 비판도 부탁했다.
다음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1월12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를 갖은 김종대 이사장의 일문일답.
- 취임 1주년 소감과 건보공단 운영 계획은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취임과 동시에 공단쇄신위원회를 발족해 활동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부과체계 개편은 조직이 통합된 지 12년이 지나고도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었어요.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부과체계 개편안이 정부에 제안된 이후 복지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공론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공단은 공정신뢰와 소통융합, 미래창조를 3대 경영방침으로 정했습니다.
- 부과체계 개편에 모든 것을 걸으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취임사에 이 내용을 담았어요. 쇄신위를 만든 것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만들었느냐가 중요합니다.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저출산․고령화가 우리사회의 큰 화두입니다.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쓰는 사람은 많아져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흑자와 적자를 번갈아 내고 있어요. 두 번째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만성질환 증가입니다. 중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얼마 전 당뇨병 위험군이 1000만명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노인의료비가 2000년 전체 의료비의 17.5%에서 지난해 33.3%로 급등했어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보장성이 약화됩니다. 종합병원에 가면 전체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 번째 의료취약계층이 너무 많아요. 지난 10월 기준으로 보험료의 6개월 체납액이 2조7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이 70~80%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좋은 건강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 세 가지를 놔두면 지속가능성이 없고, 보장성도 기대하기 어려워요.
- 문제가 많다면 해결책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건강보험을 칭찬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전 세계 20개 나라에서 전문가 50명이 한국 제도를 배우겠다며 방한했습니다. 속으론 미안한 면이 있어요. 그래도 이사장으로서 한국 제도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과체계만 나오면 말이 잘 안 나와요.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목적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과 보장성 80% 달성입니다. 그래서 쇄신위를 발족한 겁니다.
- 쇄신위 연구방안을 지난 8월 발표했는데 반응은 어떻습니까
노동조합을 비롯한 전 직원의 역량을 총동원했습니다. 120여 차례 회의를 열었고, 중요한 회의는 직접 주재했습니다. 여기서 도출한 내용을 8월에 발표했고,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자료집에 통계를 비롯한 모든 내용을 담았어요. 회의 참석자 명단도 넣어 공정성 문제를 피하고자 했습니다. 건강보험 최고 전문가는 공단 직원들입니다. 그래서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란 말을 만든 겁니다. 공론화가 많이 진행됐다고 판단합니다.
-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 과거 자신이 만든 정책에 메스를 드셨네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뿐입니다. 지금 1년은 과거의 10년과도 같습니다. 부과체계 방식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소득파악률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자동차를 사치품으로 분류했습니다. 현재 공단은 전체 2116만1000세대 중 79.9%인 1685만6000세대의 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자료를 활용하면 총 95%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 부과체계 개편 못지않게 보장성도 중요합니다
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2.9%나 증가했음에도 보장률이 오르지 않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보험구조의 모순입니다. 보험급여는 포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보험 기본원칙을 벗어난 겁니다. 법정 급여비가 너무 많고 임의비급여는 파악할 수도 없어요. 암 본인부담률을 5%로 내렸음에도 전체적인 보장수준이 내려간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약제비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전체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5.6%이고, 나머지 64.5%가 진료비, 즉 순수행위료와 재료대 등입니다. 결과적으로 의료인에게 돌아갈 몫이 줄었어요. 그래서 정부가 4월 1일부터 약제비를 평균 14% 일괄 인하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겁니다. 세 번째 빅5로 불리는 초대형 상급종합병원 때문입니다. 2010년 전체 급여비 34조6000억원의 6.1%인 2조1000억원이 빅5 병원에 지급됐어요. 44개 상급종합병원 급여비 5조7000억원의 37%를 이들 병원이 차지한 겁니다. 불균형 상태가 대단히 심각합니다.
- 지속 가능성을 위한 또 다른 대책이 있다면?
공단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누수를 예방하는 재정이 많을 겁니다. 보험자가 돈을 거두고 청구도 받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지금 공단 전산망에 10년 치 정보가 들어있어요. 지금 취재하는 기자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무자격자 부정수급으로 누수된 금액이 확인된 것만 3600억원입니다. 실제로 그 금액의 2~3배에 달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공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 공단이 심사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기관 이기주의로 봐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부과체계 개편이 수입 측면에서 재정안정화 방안이라면, 급여결정과 진료비 청구, 심사체계 개편은 지불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보험자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현행 급여결정체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요. 공단은 신약 약가협상과 급여사후관리 일부 영역만 담당합니다. 의료비 지출증가에 관한 관리영역이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른 문제가 제기되는데, 전문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청구까지 모두 심사기관을 거쳐 재정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급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사후관리를 잘 연계하면 향후 5년간 6조2000억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보장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른손으로 왼쪽 다리를 긁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전문언론의 건전한 관심과 비판을 부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지불제도를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내용은 쇄신위 개편안에 담지 못했습니다. 결국 급여 문제인데, 수가와 수가구조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급여는 공단의 장기발전계획에서 연구 중입니다. 지불제도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방향과 원칙은 연말까지 도출하려고 합니다. 이 사안의 거버넌스(국정 관리체계)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급여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 공단과 의사단체의 관계가 계속 불편합니다
어떻게 갈 것인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내용은 올해 안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전공의 부족 등 의료자원 문제도 불행히 공단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론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단도 자유롭지 못하죠. 그래서 해외 사례를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내년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농사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추수를 앞둔 가을과 같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쇄신위 결과물을 더욱 활발히 논의하겠습니다.
<매일 오전 3시 30분 기상…취미는 텃밭 가꾸기>
김 이사장을 빼놓고 한국 건강보험을 논하기 어렵다. 그는 1971년 행정고시 합격 후 조달청에서 근무하다 건강보험 도입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듣고 보건사회부(현 복지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977년 보험과장,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의료보험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건강보험 도입에 산파역할을 했다. 청와대 비서관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위기가 온 것은 1999년이다. 당시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했던 김 이사장은 정부의 건강보험 통합방식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직권면직됐다. 이 때문에 그를 건강보험 분리론자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이사장은 관료 생활을 정리하고 경산대와 계명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겸임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공직을 떠난 지 12년 만인 2011년 11월 그토록 관심을 쏟던 건강보험 운용 책임자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