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필수의료서비스 관련 토론회에서 질환을 미리 정하고 보장성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필수의료와 건보급여'라는 연제발표를 통해 "급여항목에 따라 카테고리 그룹으로 분리해 항목 확대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보장성 확대에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정하는 구조가 효율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보다는 필요의료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의료보장은 합의의 산물"이라며 "의료보장 내용은 시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보장성 확대는 우선순위가 낮았던 항목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일본의 혼합진료금지 방식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혼합진료 금지 논거가 되는 의료서비스 불가분 일체론은 일본 보험급여의 역사, 법규정의 현실을 이론화한 것일뿐 일반적으로는 무리한 법리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보험급여와 보험비급여 진료를 병용하는 소위 혼합진료가 금지돼 있으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험외병용요양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급여항목을 확대하기 위해선 보험자부담 수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현행 본인부담그룹과 50% 본인부담그룹, 90% 본인부담그룹 등으로 나누는 형태다. 이를 통해 비급여목록(네거티브리스트)을 줄이기가 용이해진다는 게 정 교수 주장이다.
정 교수는 보장성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구조에 대해선 "상병 종류에 따라 급여 여부나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비용·효과성 측정을 위한 과학성 확보와 증거 제시가 쉽지 않다. 추계를 위한 많은 가정이 정치적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편 결정은 국회 몫-무상의료는 허구"
의료계가 주장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편에 관해선 "현개 거버넌스는 국회에서 정한 것이고, 그 변경도 국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면서 "건정심 구조를 보완한다면 건정심이 가지는 정치적 성격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구성과 기능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보장성 강화에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무상의료는 허구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체 비급여 의미를 이해하고자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되, 보험자 부담분을 10~30%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며 "무상의료나 비급여항목 전면 급여화는 허구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추정한 결과(가격탄력성 무시한 경우)에 따르면 보험자 부담이 10%이면 오는 2014~2017년까지 총 14조8800억원이 든다. 같은 기간에 20%는 29조7500억원, 30%는 44조63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