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기술특례상장 성공 비결
이성길 김앤장 법률사무소 위원 "사업 지속성‧내부통제시스템 핵심"
2024.07.15 05:40 댓글쓰기



이성길 김앤장 법률사무소 위원이 데일리메디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교윤 기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뜻으로 손자병법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이성길 김앤장 법률사무소 위원이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한 조언이기도 하다. 다소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기업공개(IPO) 성패를 결정짓는 불변의 법칙이란 설명이다.


이성길 위원은 한국거래소에서 무려 12년 동안 기업들 상장심사 업무를 수행해왔다. 통상 거래소 직무가 2~3년마다 순환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이력이다.


이 위원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존속했던 한국거래소 전신 중 하나인 '한국선물거래서(KOFEX)' 창립 멤버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5년 1월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한국거래소로 거취를 옮겼고, 2009년부터 줄곧 코스닥시장 상장심사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 위원은 그간 상장심사팀장, 기술기업상장부장 등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코스닥시장과 코스피 시장에서 총 400여 개 기업을 심사하며 기술특례상장과 상장실무에 대해 조사, 검토, 개선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이직해 현재 중소기업, 대기업 IPO 절차가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분야에서 특화된 경험과 지식을 통해 많은 벤처기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성길 위원은 상장적격성를 통과하는 핵심 요소로 사업 지속성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꼽았다. 장래성과 기업윤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한국거래소 심사 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상장회사로서 이익을 투자자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며 "기술성과 사업성을 통해 매출이 꾸준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능한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회사가 조직적·체계적으로 운영돼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과거 문제가 있었던 내부통제 사항도 충분히 치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에 한국거래소 분위기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심사 기조나 트렌드는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 자본시장 성장을 위해 상장 활성화 정책을 수행해 왔다. 매출이나 이익은 부족하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술기업에 대해서도 기술특례 등 다양한 상장 트랙을 통해 상장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그동안 기술특례상장 기업들 성과가 미흡하고 사업초기단계 기업들 상장 추진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수준의 기업이 적정한지에 대해 고민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심사 분위기는 미래 불확실성에 기반,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Q.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되고 자본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를 평가하면

기술특례상장은 전세계에서 국내 코스닥시장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제도다. 뛰어나고 독창적인 기술만 보유하고 있다면 그 기술성만 가지고도 상장할 수 있게 하고 그러한 상장을 발판으로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170개가 넘는 다양한 분야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그 중에서 여러 바이오,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사업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수한 기업에 많은 규모의 벤처자금이 투입됐고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에는 아직까지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회사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사가 많아지는 경우 코스닥시장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 기술특례상장은 지난 2005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술보증기금‧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 등 전문평가기관 2곳의 평가에서 BBB 등급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기관 중 1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기술특례상장 조건이 갖춰진다.


Q.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특별히 어떤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가

기술특례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특허권 등록을 통해 기술력을 보호해야 하고 해당 기술 지속적인 R&D(연구개발)를 위해 높은 수준의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도 갖춰야 한다. 경영진과 기술인력들의 경험과 능력이 충분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사업단계별로 어느 정도 성과도 보여줘야 한다. 기술특례상장은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구비한 기업에 대해 기회가 허용되고 있으니 구체적인 평가항목들에 대해 사전에 충분하게 이해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최근 거래소 상장 심사 분위기는 미래 불확실성에 기반, 엄격하게 진행"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에는 아직까지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곳 적잖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 그리고 경쟁력 확보돼야"




Q.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기술성평가를 준비하는 기업에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최근 기준으로 기술평가를 통과하는 확률은 70%가 안된다. 기업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하지만, 기술평가기관 눈높이를 맞추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는 기업들이 기술평가에 대한 적절한 자문을 받지 못해 평가항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기술평가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성이나 시장성에 대해 평가자들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하기에 평가 수준을 미리 예측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평가절차를 비롯해 평가항목 및 방법 등 전반적인 평가사항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춘 후 기술평가에 응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Q. 최근 IPO 도전 열기가 뜨거운 바이오·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다른 경쟁 회사와 동등하거나 우위에 있다는 걸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굉장히 많은 어려움에 처한다. 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기술력이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원가, 거래처, 협력기관 등 비교 기업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미 매출이 나는 경우 그 규모와 증가 추세, 그리고 질(質)을 관리해야 한다. 매출의 질은 고객이 안정적인지 아니면 한 두 곳에 편중돼 있지 않은지, 제품과 서비스 마진은 얼마나 남기는지 등을 말한다.


Q. 위 질문에 덧붙여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을 심사하는 위원들은 모든 분야를 통달한 사람이 아니다. 해당 산업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특이한 산업의 경우 전문가는 대부분 그 기업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전문가에게 회사 기술력과 경쟁력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용어는 이해하기 쉽게 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사라는 것이 평가자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 가치관 등에 많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평가자가 있을 경우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Q. 업계에서는 '상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 높여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문턱을 낮추면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이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부실기업들의 진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장하는 기업 수준을 정하는 것은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항상 고민하고 있는 사항이다. 상장 문턱이 낮아지는 경우 많은 기업이 상장해 성공기업 사례를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자금이 비상장 벤처생태계에 적극적으로 투입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이 확대되고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항상 긍정적인 부분만 있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많은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부실기업 상장도 이어졌다. 그 영향으로 10여 년 넘는 기간 코스닥시장 건전성을 걱정해야만 했던 과거도 있다. 이에 따라 상장 문턱을 낮출시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Q. 흔히 '한국 주식은 하면 안 된다'라는 말도 심심찮게 듣는다. 한국 주식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IPO 전문가로서 국내 주식시장 전체에 대해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과거에 없던 새로운 영역의 혁신기업이나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기업이 지속적으로 발굴돼 상장되고 그러한 기업들이 국가를 대표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 주식시장도 미국 나스닥시장처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잠재력 높은 기업들이 쉽게 상장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밸류업프로그램에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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