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CD 대체 S-ICD, 부정맥 치료 새 표준 가능성"
김민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과학적 근거 기반 치료, 환자들 두려움 극복하길"
2024.07.08 05:14 댓글쓰기



부정맥은 정상 범주를 벗어나 불규칙해지는 심장박동을 통칭하는 용어다. 부정맥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심실세동'은 심장이 빠르게 떨리기만 하고 정상적으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실세동(VF: Ventricular fibrillation)은 부정맥 중에서도 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소위 '심장마비'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심실세동이다. 따라서 심실세동으로 쓰러졌을 때는 가능한 빨리 전기충격을 전달하는 제세동기를 사용해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찾도록 해야 한다.


삽입형 제세동기(ICD: Implantable Cardioverter Defilbrillator)는 체내 삽입해 치명적인 부정맥이 감지될 경우 심장에 전기충격을 전달해 규칙적인 심장 박동 회복을 돕는 장치다. 박동생성과 전기 충격을 주기 위한 건전지와 전자 회로로 구성된 박동생성기와 전극선으로 구성돼 있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일시적 원인(심근 허혈, 체내 전해질 이상, 약물)이 아닌 심장 돌연사에서 소생한 환자, 치명적인 심실성 빈맥 병열이 있는 환자, 심장 돌연사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필요하다.


삽입형 제세동기(ICD) 시술, 부정맥 환자 위한 근간 치료 제공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S-ICD), 혈관 감염 등 합병증 위험 낮춰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민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위험한 부정맥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생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ICD는 실시간으로 심장박동을 감지해 정상적으로 뛰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ICD 시술 목적은 위험한 부정맥으로 인한 심인성 돌연사를 예방하는데 있다"며 "아직 급성 심정지를 경험하지는 않은 1차 예방 차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CD 시술에는 고전적으로는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꽂는 '경정맥형 제세동기(TV-ICD)'가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S-ICD)'가 나오면서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S-ICD는 혈관과 심장에 전극선을 꽂아야 하는 TV-ICD와 달리 흉골 부위 피하(피부 아래)에 삽입하는 장치다. S-ICD는 전극선이 피부 밑에 삽입되는 만큼 여러 합병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반면 TV-ICD는 전극선을 혈관과 심장에 심어야 하는 만큼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특히 심할 경우 심내막염을 유발하거나 전신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김민 교수는 "S-ICD는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넣을 필요가 없어 혈관 감염 위험성과 혈관 협착 등 여러 합병증 발생률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미국 부정맥학회(HRS)에서 발표된 'ATLAS' 연구에 따르면 TV-ICD를 사용한 환자 대비 S-ICD를 사용한 환자에서 심각한 전극선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92% 낮았다. S-ICD가 TV-ICD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또 연구 기간 TV-ICD 환자 대비 S-ICD 환자들에서 제세동기 또는 전극선 수정, 교체 및 제거 등 외과적 개입이 필요한 합병증 발생률도 낮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이미 2017년부터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학회(ACC), 미국부정맥학회(HRS) 등은 TV-ICD 적응증 환자군 중 특히 만성 질환을 갖고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환자군에게 S-ICD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S-ICD 시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아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빠르게 시술 건수가 늘어가고 있다"며 "특히 우리보다 앞서 시작한 외국에서도 안정성에 대한 큰 이슈가 없는 만큼 S-ICD 시술 건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유일 S-ICD '엠블럼', TV-ICD 대체 옵션 주목

심박조율기 무선으로 연결하는 모델 등장으로 저변 확대 전망


현재 국내에서 S-ICD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엠블럼(EMBLEM)'이 유일하다. 엠블럼은 2019년 3월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엠블럼은 이식 1년 후 부적절한 전기충격 발생 비율이 약 3.1%로 기존 S-ICD 및 TV-ICD 대비 유사하거나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 부적절한 전기충격 주요 원인이 되는 특정 신호 발생을 막기 위한 스마트 패스 센싱 필터를 사용할 경우 부적절한 전기충격 발생 비율은 약 2.4%로 떨어졌다.


이처럼 S-ICD가 기존 TV-ICD 감염 위험성과 시술 자체 까다로움을 대체하면서 부정맥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 역시 한 해 평균 ICD 시술을 70~80건 진행하고 있는데 이중 10~15건이 S-ICD 시술이다.


                                 
현재 국내에서 S-ICD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엠블럼(EMBLEM)'이 유일하다.

엠블럼은 최근에는 서맥과 항빈맥 조율 기능이 없는 기존 S-ICD 단점을 개선,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동안 S-ICD는 서맥 치료(Bradycardia Pacing) 심장재동기화치료(CRT) 항빈맥조율치료(ATP)가 필요한 환자는 제외돼 왔다.


하지만 보스톤사이언티픽은 항빈맥 조율을 제공하는 이식형 심장박동기를 엠블럼과 결합한 'mCRM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다.


실제 유의미한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부정맥학회에 발표된 'MODULAR ATP' 연구에 따르면 mCRM 시스템을 삽입한 환자 29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합병증이 없는 환자 비율은 97.5%로 나타났으며, 항빈맥 조율 성공률도 61.3%를 기록했다.


mCRM 시스템은 현재 출시 전으로 연구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으나 오는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 교수는 "제세동기 크키가 작아지고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는 등 개선해야 할 점은 존재하지만 앞으로 첨단 의료기기로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몸 안에 기계를 집어넣는다는 생각에 많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치료인 만큼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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