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혈관 공급사 '한국 철수'···심장수술 중단 '위기'
대체품 없어 반쪽심장 아이들 발생 가능성, '인하 또 인하' 불만 팽배
2017.04.29 06:20 댓글쓰기

[기획 上]심장이 반쪽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선천성심장병. 예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래도, 매년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3000여명~5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생명의 최전방을 지키는 흉부외과 의사들에게는 인조판막이나 인조혈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조혈관 제품이 공급 중단 위기에 놓였다. 국내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전면 철수, 더 이상 한국에서는 공급을 멈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심장이 멈춰 버릴 위기에 처했다.[편집자주]


政 “치료재료 사후관리 부실 탓”

“구할 길이 없다. 소아심장수술 판막성형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 제품의 공급 중단이 정말 현실화된다면 조만간 수술실 문을 닫아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제품이 없으니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지난 2월 27일, 인조혈관 제품 국내 총판인 Medical C&C로부터 각 병원으로 한 통의 공문이 보내졌다. 2017년 9월 30일자로 모든 계약을 종류하고 더 이상 제품은 공급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검토를 포함해 의료제품 판매를 위한 영업전략 검토를 완료한 결과, 한국에서 Gore Medical 제품 공급 종료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지는 Gore Medical 북아시아 비즈니스리더 의료제품 사업부다.


현재 국내 인조혈관 공급업체는 고어코리아, 마퀘트코리아, 바드코리아, 테루모코리아 등 총4개사. 고어코리아의 철수에 나머지 3곳의 회사도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모든 치료재료를 A군~M군으로 구분해 사후관리 품목 선정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복지부가 사후관리 품목 선정 작업에 집중한 이유는 이러했다. 건강보험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약에 비해 5% 남짓한 비율에 불과한 치료재료들은 사후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명확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복지부는 전반적으로 원가조사를 진행했다. 2012년, 인조혈관 제품에 대해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G군 수입원가 재평가에 따라 보험상한가를 인하했다.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치료재료의 경우 네거티브 시스템의 등재 방식을 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재순서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뒀던 약품들하고는 달리 유사 등재품목과 비슷한 수준 혹은 90%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는 등 유연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는 곧 가격인하 기전의 하나로 작동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4월, 복지부와 심평원은 또 한 차례 원가 조사에 따른 보험상한가 조정을 예고했다.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이번 고어코리아의 철수에 대해 “사후관리는 제조·수입원가 조사 및 타 제품과의 상한가와 유통구매마진율 등을 따져 가격 인상 혹은 인하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특별히 인조혈관 부문만 시행한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치료재료평가위원회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 업체 의견을 반영할 기회는 충분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 보험상한가 조정 작업이 이뤄질 경우 대상 기업의 의견을 묻고 독립적 검토 과정에서도 이를 논의하는 절차를 거친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에 상정된다는 설명이다.


흉부외과 의사들 “전문가 의견 배제됐다” 울분 

하지만 심장수술을 집도하는 최일선 의료진들 얘기는 전혀 다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고위 관계자는 “인조혈관 보험상한가 인하 방침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당시 치료재료 상한금액 조정 관련 치료재료전문 평가위원회 평가결과에 따르면 도매마진률 은 17.6%에서 33.65%로 인상됐다. 수입원가는 100%, 판매관리비 및 영업이익은 58.72%, 부가세 10%라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2016년 수입원가 조사에 따른 보험상한가는 다시 인하되면서 18.8%~19% 삭감된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고어코리아는 제품 공급 종료를 결정하고 통보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성인심장의 경우에는 대체품목이 그나마 존재한다 하더라도 소아심장의 경우에는 대체품목이 없어 사실상 ‘수술 불가’”라고 단언했다.
 

당장 판막성형술에 사용되는 Gore-Tex suture (고어텍스봉합사)의 공급이 중단되면 결국 판막성형술을 못하게 돼 판막을 절제해 버리거나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인조혈관에 싸여있는 스텐트인 Viabahn (스텐트-그라프트) 역시 각종 중재시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혈관파열 시 여러 개의 스텐트를 겹쳐 넣거나 좋지 않은 품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 신재승 교수(고대안산병원)도 “어떠한 이유로든 치료재료 공급 중단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국민건강에 해(害)가 초래되는 경우는 없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한해진·정숙경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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